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10일 세종시 고용노동부 청사 앞에서 최저임금 차등화를 주장하는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누리집
소상공인연합회(연합회)가 노사 자율협약 표준근로계약서 작성·보급으로 내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8350원으로 올리기로 결정한 것에 “불복종”하겠다고 밝혔다.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소상공인법)에 따라 설립돼 정부 예산까지 받는 법정단체인 연합회가 스스로 법을 어기겠다고 선언한 꼴이어서 논란이 인다.
23일 연합회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연합회는 24일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 연대’ 출범식을 열어 2019년 최저임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재차 밝히고, 노사 자율협약 표준근로계약서 작성·보급, 생존권 사수 집회 개최, 최저임금 정책 전환 촉구 등의 내용을 담은 결의서를 채택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최저임금 불복종 수단은 노사 자율협약 표준근로계약서 작성·보급이다. 회원인 소상공인들에게 최저임금과 무관하게 노동자와 협의해 임금을 결정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표준근로계약서에는 주 40시간을 근무하는 ‘월급제’ 노동자의 경우 월급을 산정할 때, 고용노동부 행정해석과 최저임금위원회의 고시대로 시급에 소정근로시간 209시간(유급 주휴시간 포함)을 곱하는 게 아니라 실근로시간(174시간)을 곱해 산정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이는 최저임금에 주휴수당이 포함된 것으로 간주해 따로 지급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는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 유급 주휴시간은 제외하고 계산해야 한다고 본 대법원 판결에 따른 것이라고 연합회는 설명했다.
연합회의 이런 계획이 법적 효력이 있을까?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의 근로계약 중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임금으로 정한 부분은 무효로 하며, 이 경우 법정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본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노동자가 이런 계약서를 ‘자유의사’로 썼다고 해도 무효이며, 동시에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게 된다. 또 최저임금과 실제 지급액의 차액만큼 임금을 체불한 것이 돼 근로기준법도 위반한 게 된다. 노동자는 체불 시점 3년 이내에 차액만큼을 지급하라고 사용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
연합회는 “처벌도 각오하고 있다. 높은 수준의 최저임금을 도저히 지키지 못하겠다는 항의의 표현”이라고 주장한다. 연합회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가 내놓았던 카드 수수료나 임대료 관련 대책은 실질적인 대책이 될 수 없고, 사업장 규모·업종에 따라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하자는 요구에도 정부는 응답하지 않고 있다”며 “사업주가 소송을 당하면, 연합회가 법률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회는 소상공인법에 따라 설립된 단체로 올해에만 25억원의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다. 연합회가 실제로 최저임금에 ‘불복종’하며, 연합회 예산으로 사용자들에 대한 법률지원에 나설 경우, 정부가 지원한 예산으로 위법 행위를 돕는 꼴이 된다. 연합회는 소상공인법에 따라 ‘소상공인의 애로사항 해결을 위한 정책 건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법 위반 행동을 하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시정명령을 하고, 이를 거부하면 해산시킬 수도 있다.
소관 부처인 고용노동부와 중기벤처부는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아직 위법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조처를 하겠다고 밝힐 수는 없다”며 “정부에서 소상공인 지원대책을 계속 발표하고 있으니 (최저임금 불복종이) 현실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기벤처부 관계자는 “소상공인 지원책을 마련하며, 불복종 행위 중단을 설득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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