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산업·재계

미스터피자 점주들 ‘식자재 강매’ 벗어나

등록 2018-08-09 18:36수정 2018-08-10 11:01

본사와 상생협약…자체 구매키로
가맹업계 첫 구매협동조합 설립
그래픽_김승미
그래픽_김승미
대형 프랜차이즈 업계 최초로 미스터피자 점주들이 구매협동조합을 설립한다. 가맹본부의 대표적 갑질로 지적됐던 ‘유통세’ 논란을 해결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확산된 사회적 갈등을 풀 대안이란 평가가 나온다. 프랜차이즈 점주들의 자발적인 협동조합 설립은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다른 프랜차이즈 업계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미스터피자 본사인 엠피(MP)그룹과 미스터피자가맹점주협의회(미가협)는 9일 서울시청에서 구매협동조합 설립 추진을 뼈대로 하는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협동조합은 22일 창립총회를 열고 출범할 예정인데, 그동안 본사한테 강제로 사야 했던 냉동새우, 베이컨, 샐러드 등 25개 품목을 내년 1월부터 자체적으로 구매하게 된다. 이동재 미가협 회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협동조합 설립에 참여한 가맹점은 현재 20여개로, 향후 전국 300여개 가맹점을 대상으로 규모를 확산시켜 나갈 것”이라며 “식자재를 직접 구매하면 가맹점당 월평균 30만원 정도의 수익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미스터피자 본사는 가맹점을 상대로 연간 120억원 규모의 식자재 매출을 올려왔는데, 이를 점주들에게 환원한 셈이다. 이는 미스터피자 본사 총매출의 30%에 해당한다. 미스터피자 본사는 이 밖에도 자사주 210만주를 출연해 복지재단을 설립하고, 해마다 영업이익의 10%를 복지재단에 출연하기로 했다. 복지재단은 이 기금으로 가맹점주 자녀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의 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김흥연 미스터피자 대표는 “이번 협약을 통해 실추된 이미지를 개선하고, 가맹점의 성공을 위한 정책 시행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협약식에 참석해 “물리적 충돌 없이 끝없는 타협과 대화를 통해 협약이 이뤄져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양쪽의 협상은 순탄하지 않았다. 정우현(70) 엠피그룹 회장은 가맹점주들을 상대로 과도한 유통마진을 챙기고 보복 출점 등을 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됐다가 올해 1월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지금은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정 회장의 검찰 조사로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되면서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은 매출이 하락하는 피해를 당했고, 이 때문에 본사와 가맹점주 사이에 갈등이 커졌다. 양쪽은 지난해 8월 서울시에 중재를 요청했고, 서울시 공정경제과와 갈등조정담당관이 회의를 27차례나 벌이며 중재를 진행했다.

이번 협동조합 설립 추진을 두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촉발된 사회적 갈등을 푸는 중요한 모델을 제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기업이 일정 부분 고통을 분담함으로써, 최저 임금 상승으로 인한 ‘을들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협동조합이 물건을 싸게 구입해 점주들의 수익이 커지면, 본사가 점주들에게서 받는 로열티(가맹수수료)도 그만큼 늘어난다. 미국에선 버거킹이나 피자헛 같은 프랜차이즈 업체가 초창기에 유통마진을 과도하게 책정하다가 점주들의 집단소송으로 이어지는 등 문제가 불거지자, 현재는 대부분 로열티 체제로 바꾼 상태다. 가맹점주의 경쟁력을 살려 매출 상승을 유도하고, 이 열매를 본사가 함께 나누는 것이다.

아직 남은 숙제도 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종열 정책국장은 “치즈나 도(밀가루 반죽) 등 중요 제품이 협동조합 구매 물품에서 빠진 것과, 본사가 협동조합에 가입을 하지 않는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았다”고 말했다. 본사가 협동조합에 가입하면 자연스럽게 조합이 전체 가맹점으로 확산될 수 있고, 이번에 빠진 치즈·도 등 주요 품목도 조합 구매 대상이 된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현재 대형 프랜차이즈 2~3곳과 구매협동조합 설립을 두고 협상 중인데, 난항을 겪고 있다. 미스터피자 본사는 협동조합 불참에 대해 “점주들의 자율권을 보장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점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조합을 만든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나, 가맹본부와 점주 간의 불공정한 계약관계 자체가 변하지 않는 이상 지속성을 담보하기는 쉽지 않다”며 “구매뿐만 아니라, 가맹점주들이 모여 의사를 결집할 수 있는 집약적 협약 채널이 구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프랜차이즈로 확산될 수 있느냐도 관심사인데, 업계는 경계하는 눈치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이번 구매협동조합 설립은 일반적인 사례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정국 김미향 기자 jglee@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
◎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