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이 24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고 최종현 SK 회장 20주기 추모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에스케이(SK)가 이만큼 성장한 것 자체가 선대회장이 훌륭한 경영인이셨다는 점을 증명합니다. 선대회장께서 당신 사후에도 에스케이가 잘 커나갈 수 있도록 뿌리내려주신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우리가 함께 이를 증명해낸 점이 기쁩니다.”
고 최종현 에스케이그룹 선대회장의 20주기 추모 행사가 24일 오후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최종현 회장, 그를 다시 만나다’란 주제로 열렸다.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은 인사말에서 “저 자신이 훌륭한 경영자라는 것은 아직 입증하지 못했으나 아버지가 훌륭한 경영자임은 입증된 것 같아 기쁘다”며 “선대회장은 에스케이에 좋은 사업들도 남겨주셨지만, 무엇보다 먼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혜안과 변화를 만들어가는 도전정신을 그룹의 디엔에이(DNA)로 남겨주셨다. 에스케이의 철학과 경영시스템을 담아 만드신 에스케이엠에스(SKMS)가 경영활동의 의미와 방법론에 대한 길잡이가 돼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이어 “선대회장은 나라의 100년 뒤를 위해 사람을 키운다는 생각으로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해 이 땅의 자양분 역할을 하고 계신 많은 인재를 육성하셨다. 선대회장의 뜻을 이어가고 고마움에 보답하고자 새로운 학술재단인 가칭 ‘최종현 학술원’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최 선대회장이 1974년 사재를 털어 설립한 한국고등교육재단은 “일등국가가 되기 위해선 세계적 수준의 학자들을 많이 배출해야 한다”는 뜻에 따라 지난 44년 동안 747명의 해외 명문대 박사를 배출한 것을 비롯해 3700여명의 장학생을 지원하는 등 대한민국 인재 산실의 요람 구실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4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고 최종현 에스케이(SK)그룹 회장 20주기 추모행사에서 홀로그램으로 재현된 고 최종현 회장이 행사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있다. SK 제공.
이날 추모행사에선 최 선대회장의 업적을 다룬 영상, 에스케이 주요 산업의 소리를 활용한 연주 영상, 최 선대회장과 한국고등교육재단 장학생 출신인 염재호 고려대 총장 간 대담 영상 등의 상영이 이어졌다. 특히 26분간 진행된 대담 영상은 그래픽과 사진으로 합성해 구현한 최 선대회장이 염 총장과 기업관, 국가관, 인재관은 물론 에스케이의 경영철학, 에스케이의 사회적 가치 경영 등에 대해 대화하는 모습을 담아냈다. 행사 끝 무렵에선 최 선대회장이 에스케이텔레콤의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홀로그램 영상 및 음성으로 환생해 참석자들 앞에 서는 장면도 연출됐다.
최 선대회장은 홀로그램 영상을 통해 “선경 시절부터 글로벌 기업 에스케이가 되기까지 청춘을 바쳐 국가와 회사만을 위해 달려와 준 우리 에스케이 식구들 정말 수고가 많았다”면서 “앞으로 세계 시장을 제패할, 더 치열하게 뛰어줘야 할 에스케이 가족들, 항상 지켜보고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아들·딸·손녀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고, 참석자들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기도 했다.
이날 추모행사에는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 최창원 에스케이디스커버리 부회장 등 가족을 비롯해 손길승 에스케이텔레콤 명예회장, 김창근 에스케이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 조대식 에스케이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전?현직 에스케이 임직원,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박관용 전 국회의장, 한덕수 전 국무총리,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각계 인사 500여명이 참석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