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대공장의 비용 부담이 커지는 등 에너지 가격과 세제 체계가 변화할 전망이다. 정부의 중장기 에너지 정책 방향이 안정적 공급 중심에서 효율적 수요 관리로 바뀌는 데 따른 것이다. 공급 측면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40년까지 40%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두고선 이견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정부안 수립을 앞두고 초안 작성 역할을 맡은 ‘워킹그룹’(민간전문가·시민사회 등 70여명으로 구성)은 7일 ‘안전하고 깨끗한 국민참여형 에너지시스템 구현’을 비전으로 하는 권고안을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제출했다. 3차 에너지기본계획 정부안에는 중·장기(~2040년) 에너지 정책 방향이 담기게 된다. 이번 권고안에는 세계적 에너지 전환 추세와 늘어나는 환경 비용 등 외부 비용을 줄여나갈 에너지 전환 주요 추진과제가 담겼다.
특히 합리적 에너지 소비를 유도하기 위한 가격 및 세제 개편 방향이 다양하게 권고됐다. 지속 가능성을 낮추는 에너지 과소비를 줄이고 외부 비용이 상대적으로 큰 원자력·석탄에너지 사용 의존도를 낮추려면, 가장 강력한 수요 관리 수단인 가격 및 세제 체계를 개편하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우선 워킹그룹은 ‘전력 도매가격 연동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전력 도매가격 연동제는 국제유가, 세금,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비용 등을 전력 소매요금에 연동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성윤모 장관과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 등도 앞서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여러 차례 필요성을 강조했다. 워킹그룹은 전력뿐 아니라 천연가스와 지역난방요금에도 연료비 등이 적절한 시기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요금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가스요금과 관련해서는 기본요금과 사용량에 따른 요금이 나뉜 ‘이부요금제’를 중장기적으로 도입하는 것을 검토하라고 했다.
전기요금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 방향도 제시됐다. 산업용, 일반용, 교육용 전기요금은 하나의 ‘전압별 요금제’로 통합해 단순화하고, 주택용·심야전력·농사용·가로등 요금은 현재의 ‘용도별 요금제’를 유지하되 단계적으로 요금 수준을 조정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현행 주택용 전기요금은 3단계 누진제로, 1단계 사용자는 취약계층이 아니어도 원가보다 값싼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 또한 본래 취지를 벗어나 대공장 중심으로 과도하게 값싼 심야전기를 사용해 발전사업자와 한국전력의 부담이 누적되는 형편이다.
워킹그룹은 선택형 요금제도 확대 도입하라고 했다. 일반·산업·교육용 고압 소비자는 계절과 시간에 따라 다른 요금을 적용받는 계시별 요금제를, 저압 소비자는 계절별 또는 계시별 요금제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라는 권고다. 다만 이런 요금제가 개발되려면 현재는 ‘시범사업’ 중인 지능형검침인프라(AMI)가 전 가구에 보급돼야 한다. 아울러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 전력을 기존 요금보다 높은 가격에 구입하도록 하는 ‘녹색요금제도’ 도입 추진도 제안했다. 워킹그룹은 이런 내용을 포함해 2019년까지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위한 로드맵을 수립할 것을 권고했다.
에너지원별 과세 체계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권고도 담겼다. 현재 유연탄과 엘엔지(LNG)에는 개별소비세와 수입부담금, 관세 등이 부과되지만 원전 발전연료인 우라늄엔 세금이 없다. 워킹그룹은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은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취약계층에 대한 에너지 복지를 확대할 것도 권고했다.
한편, 워킹그룹은 204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5~40%라는 넓은 범위로 제시했다. 워킹그룹은 “친환경 에너지원인 재생에너지는 에너지 안보 제고 측면에서도 지속적 보급 확대가 필요하다”면서도 “재생에너지 확대의 긍정적 측면과 국내 현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환경단체 등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40년까지 40%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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