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2%.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신규 발전설비 투자 중 재생에너지 비중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2017년 전 세계 에너지 투자 현황’을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은 지난해 1390억달러(157조7천억원)를 재생에너지에 투자했다. 화력은 22.6%, 원자력은 4.2%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이산화탄소를 줄여야 한다는 국제 환경 협약이 맺어지고, 재생에너지 발전 효율을 개선하는 기술 발전이 빠르게 진행된 결과다.
이런데도 유독 한국만 전통적인 화력·원자력 발전에 머물러 있을 수 있을까.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2016년 기준 2.2%로, 독일(29.3%), 프랑스(17.3%), 일본(15.9%), 미국(14.9%)에 견줘 매우 낮다. 언제까지나 지금과 같은 에너지시장 구조에 머물러 있으려 해도 ‘외부 압력’이 만만치 않다. 한 예로 삼성에스디아이(SDI)는 배터리 주요 고객사인 베엠베(BMW) 요청에 따라 2020년까지 울산공장 하루 전력사용량의 6.3%(50㎿h)를 친환경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자체 태양광 설비를 갖출 계획이다.
베엠베뿐 아니라 기업들의 자발적 모임인 아르이100(RE100·Renewable Energy 100%)에 가입하며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선언한 구글, 애플, 지엠(GM) 등 글로벌 기업 중 일부는 세계 각지의 협력업체들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청하고 있어 한국기업들도 영향권에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 김성제 책임연구원은 “점차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이 적은 국내 기업들의 입찰수주 활동, 외국계 기관(펀드) 투자 유치 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 우려된다”며 “국내 기업들이 수동적으로 에너지를 단순 구매하는 데서 벗어나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제고하는 측면에서 스스로 장기 수급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 시장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국내는 ‘재생에너지냐 원전이냐’는 대결구도 속에 재생에너지가 정쟁의 도구로 쓰이는 양상이다. 황당한 수준도 많다. 한 태양광업체 관계자는 “태양광은 반사 때문에 눈이 부시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는 것을 보고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태양광은 빛을 최대한 흡수해 전력을 만들므로 빛 반사율이 일반 사물보다 낮다. 엉터리 보도인 것이다. “빛 반사뿐 아니라 중금속 범벅, 폐기물 등 제기된 여러 우려가 사실과 다르거나 외국 설비 일부가 가진 문제다.” 이 관계자는 “아무리 설명을 해도 많은 분이 불안과 우려를 씻어내지 못하는 것 같다. 이렇게 우리가 정쟁의 대상이 됐구나 싶다”고 말했다.
더욱이 정부 계획안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목표치는 2030년에 현재 독일보다 낮은 20%이고, 그때 원전 용량은 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라 20.4GW가 된다. 2017년 22.5GW에서 2.1GW 줄어드는 데 그친다.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18%포인트 늘리는 동안 노후원전 1기만 줄어드는 것이다. 이는 재생에너지로 원전을 단시간 안에 ‘대체’하는 것은 어렵다는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대용량 기저발전인 원전과 분산형인 태양광·풍력은 현시점에선 성격과 용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 산업을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신시장’으로 보고 차분히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풍력발전 관련 제조업 관계자는 “지금처럼 국내 시장이 작으면 기술이 있어도 트랙 레코드(운용 기록)가 없어서 수출 경쟁력에 문제가 생긴다”며 가장 필요한 것은 내수시장이라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산업의 성장은 정보통신기술(ICT)과 융합된 스마트 에너지서비스 등 새로운 시장과 연관 산업을 창출할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이상훈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은 “이명박 정부 때도 정부가 녹색성장을 내세우자 많은 기업이 태양광·풍력에 진출했지만 협소한 내수시장 안에서 결국 많은 기업이 사업에서 철수하거나 국외로 눈을 돌렸다”며 “지금이라도 공공부문 주도의 대형 프로젝트를 발굴해 기업들의 경쟁력을 키워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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