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6월16일 1차 소 떼 방북 당시 정주영 명예회장 모습. 이때로부터 넉 달 뒤 정 명예회장과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의 1차 면담에서 ‘금강산 관광 사업에 관한 합의서 및 부속합의서’가 체결됐으며, 한 달 뒤인 11월에 관광객 830명 등 총 1400여명을 태운 현대금강호의 동해항을 처음 출항하며 금강산 관광이 시작됐다. 현대그룹 제공
남북 민간 교류의 상징인 금강산 관광이 18일로 시작 20주년을 맞았다. 금강산 관광 주사업자인 현대그룹과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는 이날부터 이틀 일정으로 20주년 남북공동행사를 금강산에서 개최한다. 이번 행사가 2008년 중단된 금강산 관광 재개의 ‘발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 등 임직원 30여명과 외부 초청인사, 취재진 등 총 100여명으로 구성된 방북단이 이날 오전 10시30분 군사분계선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행사는 현대그룹과 아태 공동으로 주최하는 기념식, 온정각 맞은편 고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추모비 주변 기념식수, 북쪽 ‘평화통일예술단’이 준비한 축하 예술공연, 만찬 순서로 진행된다. 이튿날인 19일에는 금강산 지역 일부를 참관하고 귀경한다. 북쪽에서 아태 관계자 80여명이 나와 남쪽 방북단과 일정을 함께할 예정이다.
방북단에는 임동원·정세현·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김성재 전 문화관광부 장관, 최문순 강원도지사, 안민석·박지원 등 국회의원 6명이 이름을 올렸다. 모두 과거 남북 화해 모드를 꽃피운 산증인이거나 현재 남북협력 구상을 주도하는 이들이다. 그밖에 대한불교 조계종과 금강산투자기업협회, 한국관광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북한에서 금강산 관광 기념행사가 열린 것은 지난 2014년 16주년 행사 뒤 4년 만이다. 현대그룹은 1998년 금강산 관광을 시작한 뒤 2000년, 2008년, 2010년을 제외하고 2014년까지 매해 금강산에서 기념식을 열었다. 2008년은 박왕자씨 사망 사건으로 예정됐던 기념식 행사가 취소됐고, 2015∼2017년은 남북관계 경색으로 열리지 못했다.
금강산을 고리로 한 남북 간 교류가 이어지면서 관광이 재개될지 주목된다. 남북은 지난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금강산 관광에 ‘조건부 합의’를 한 데 이어 지난 3∼4일에는 남쪽 민족화해협력 범국민협의회(민화협)와 북쪽 민족화해협의회가 금강산에서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 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 민화협연대 및 상봉대회’를 열기도 했다. 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방남 중인 리종혁 아태 부위원장이 지난 15일 만나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얘기를 나누며 백두산 관광도 실현됐으면 좋겠다는 대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북 제재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협상도 최근 난기류를 타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가 이번 행사는 “사업자 차원의 순수 기념행사로 금강산 관광 재개와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은 것도 이런 분위기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10년간 관광이 중단되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역사적 소명의식을 갖고 묵묵히 준비해온 만큼 조속히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현 회장은 19일 귀경 뒤 방북 소감과 결과 등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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