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장악’ 아닌 ‘참여’ 공언도
조씨 일가 장악 이사회론 불가능
내년 사외이사 2명 임기만료 때
기관·소액주주 연합 표대결 해볼만
시장 설득할 ‘새 인물’ 제시가 관건
한진, KCGI 지분취득 5일째 “…”
조씨 일가 장악 이사회론 불가능
내년 사외이사 2명 임기만료 때
기관·소액주주 연합 표대결 해볼만
시장 설득할 ‘새 인물’ 제시가 관건
한진, KCGI 지분취득 5일째 “…”
‘경영권 장악’과 ‘경영 참여’는 얼마나 다를까.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의 지분 9%를 확보한 행동주의 펀드 케이씨지아이(KCGI)가 19일 “한진그룹 경영권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아니다”라고 밝힘에 따라 제기되는 질문이다. 케이씨지아이가 지분 취득을 공시한 이후 주가는 급등했지만 경영권 장악 의도가 아니라는 입장을 내고서는 다시 급락했다. ‘원론적 입장’이 나오자 투자자들이 실망한 결과다.
케이씨지아이는 입장문에서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기업가치 제고, 지속가능 경영과 주주이익 증대 도모를 사명으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자본시장법에 따라 경영참여형 사모집합 투자기구는 지분 취득일로부터 6개월이 경과할 때까지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0% 이상의 투자를 해야 한다”는 ‘약점’을 직접 드러내기도 했다. 적대적 인수합병(M&A) 등 경영권 분쟁을 일으킬 것은 아니지만, 단기 투자이득을 노리는 데 그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제는 조양호 회장 일가를 적극적으로 견제하지 않고서는 ‘경영 참여’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사회 등 공식적인 기업 의사결정 구조도 제대로 작동한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 4월 ‘물컵 갑질’ 논란 이후 조현민·현아 자매가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즉시 사퇴한 것도 역설적으로 총수의 ‘1인 지배’ 체제를 드러낸다. 이 과정에서 한진칼·대한항공 이사회가 열리지도, 주주 동의가 이뤄지지도 않았다.
이런 여건에서, 케이씨지아이가 공언한 ‘경영 참여’는 이사회 구성원 변경으로 시작될 수밖에 없다. 임시 주총 소집 시도나 회계장부 열람 등을 시도할 수 있지만, 이사회 구성원이 바뀌지 않고선 의미 있는 경영 참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마침 내년 3월17일 김종준 사외이사(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전 하나은행장)와 조현덕 사외이사(법률사무소 김앤장 변호사)의 임기가 종료된다. 케이씨지아이가 국민연금(한진칼 지분율 8.35%)과 크레디트스위스(5.03%), 소액주주들과 합심하면 조 회장 등 특수관계인(28.95%)과 표 대결을 해볼 법하다. 시장을 설득할 ‘새 인물’을 제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일 뿐이다.
한진그룹의 적자 사업부나 부동산 등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을 요구할 가능성도 높다. 케이씨지아이는 전날 입장문에서 “한진칼은 계열사가 유휴자산을 보유했고 투자가 지연하는 등 매우 저평가됐다”는 의견도 밝혔다. 한진칼이 소유한 칼호텔네트워크와 제주도 제동레저(골프, 음식숙박업), 하와이 와이키키리조트호텔, 정석기업이 보유한 부동산 등을 매각하고 항공사업 중심의 경영구조 재편을 촉구할 수도 있다.
송치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분석가는 “국외 행동주의 사모펀드의 활동 전례를 보면 투자 대상 기업의 지분 취득 뒤 해당 기업의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전략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신임 이사에 나선 경우가 많았다”며 “국외 시장에서는 이런 경우를 경영권 위협보다는 주주 자본주의에서의 정당한 주주 참여로 본다. 케이씨지아이도 이런 전례를 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진그룹은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조 회장은 케이씨지아이 지분 취득 공시일로부터 하루 전인 15일 오전 프랑스 출장 중 관련 소식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아직 케이씨지아이로부터 공식적인 요구를 받은 적이 없어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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