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케이(SK)그룹 총수일가 4형제가 13일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한국시리즈 6차전을 관람하다가 찍은 기념사진. 왼쪽부터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SK그룹 제공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이 1조원 규모의 에스케이㈜ 지분을 동생인 최재원 에스케이그룹 수석부회장 등 친족 18명에게 증여했다. 20년 전 가족회의에서 사촌형제들과 동생 등이 최 회장을 경영권 승계자로 결정해준 것에 대한 ‘마음의 빚’을 갚는 차원이라고 에스케이 쪽은 설명했다.
23일 에스케이는 최 회장이 지분 329만주(4.68%)를 최 수석부회장 등 형제·친족 18명에게 증여했다고 공시했다. 최 수석부회장에겐 166만주, 고 최윤원 에스케이케미칼 회장 가족에게는 49만6808주, 최신원 에스케이네트웍스 회장과 그 가족에게는 83만주가 증여된다. 최윤원·최신원 회장은 최태원 회장의 사촌 형이자 창업자인 고 최종건 회장의 아들이다. 1973년 최종건 회장이 48살에 작고한 뒤 동생 최종현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했고, 1998년 최종현 회장이 별세하며 최태원 회장이 30대에 그룹을 승계했다.
에스케이그룹은 최 회장이 “지난 20년 동안 형제 경영진들 모두 하나 돼 외환위기(IMF)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위기를 극복했고, 이 과정에서 오늘날까지 함께하며 한결같이 성원하고 지지해준 친족들에게 보답하는 차원에서 지분 증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최근 가족모임에서 최 회장이 이를 제안했다”고 전했다.
최신원 회장도 공시 직후 “최 회장이 먼저 친족들에게 지분을 증여하겠다는 뜻을 제안해 이를 받아들였다”며 “에스케이그룹을 더욱 튼튼하고 안정적인 그룹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의 동생 최기원 에스케이행복나눔재단 이사장도 지분 증여 취지에 동감해 자신이 보유하던 에스케이㈜ 주식 13만3332주(0.19%)를 친족들에게 증여하는 데 동의했다.
에스케이그룹은 지분 증여 뒤에도 “최태원 회장 중심의 현 그룹 지배구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지분 증여에 따라 최태원 회장의 에스케이㈜ 지분율은 23.12%에서 18.44%로 낮아진다. 최기원 이사장의 지분율은 7.46%에서 7.27%로 줄어든다. 증여된 주식은 지분율 변동일(21일)일 전날 종가 기준으로 환산해 약 9600억원이다. 앞서 최태원 회장은 고 최종현 선대회장 20주기를 맞아 설립한 최종현 학술원에 지난달 에스케이㈜ 주식 20만주를 출연하기도 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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