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가 28일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개최한 ‘제55회 무역의날 기념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김영주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무역협회 제공
글로벌 경기 불안과 국내 경기 침체에도 내년 수출은 완만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미·중 통상갈등, 미국 금리인상, 신흥국 금융 불안 변수가 있어 증가세는 올해에 견줘 소폭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29일 발표한 ‘2018년 수출입 평가 및 2019년 전망’에서 “내년 우리 수출은 3% 증가한 6250억달러, 수입은 3.7% 증가한 5570억달러로 3년 연속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원은 올해 수출은 전년에 견줘 5.8% 증가한 6070억달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 내수, 소비 등 다른 경제 지표가 안 좋은 가운데서도 수출 만큼은 역대 최대 실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문제는 올해 우리 기업들을 어렵게 했던 미·중 통상갈등과 주요국 보호무역주의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데다 미국 금리인상과 그에 따른 신흥국 금융 불안이라는 원화 약세 요인도 무시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또 미국의 자동차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 반도체 가격 하향 안정화 등 불안요인도 존재한다.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서 “신남방정책과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수출을 다변화하는 한편, 첨단 신소재 같은 스타트업 기업들의 대기업 연계 해외 진출을 지원해 수출 경쟁력을 높인다면, 어려운 여건에서도 충분히 해볼 만 하다”고 말했다.
품목별로 보면, 올해 수출 증가를 견인한 반도체는 내년에는 단일 품목 최초로 1300억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수출 증가율은 올해 30%에서 5%로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신시장 성장에 따라 수출량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선박의 경우 내년은 지난 2년 동안 수주한 물량이 고객사에 인도되기 시작하는 시점이고 전년 부진에 대한 기저효과도 예상돼 10%가량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5.2%)과 일반기계(2.2%)도 수출 증가가 예상됐다.
그러나 자동차는 세단 수요 감소와 미국 금리인상 등에 따른 신흥국 경기 불안으로 올해 정도 수출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됐다. 국외 생산이 늘고 중국과의 경쟁이 심화되는 무선통신기기(-3.2%)와 가전(-20.3%)은 수출 감소세가 계속되고, 액정표시장치(LCD) 공급과잉 상태의 디스플레이도 수출이 2.2%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무역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보호무역과 환율·금리 변동성 확대 등 리스크에 적극 대응하되, 장기적으로는 수출기업들의 경쟁력 향상과 수출구조의 고도화를 위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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