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컨소시엄이 아랍에미리트에 건설 중인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한국전력 제공
한국전력 등이 짓고 있는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의 운영회사 ‘나와에너지’가 프랑스전력공사(EDF)로부터 안전과 방사능 보호 등에 관한 서비스를 받기로 했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또다시 “탈원전 때문에 국내 기업의 기회가 날아갔다”는 엇나간 추측이 원전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나와에너지와 이디에프가 맺은 계약은 한전의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 2016년 아랍에미리트 원자력공사 에넥(ENEC)과 체결을 마친 운영권 계약과 상관없는 별도 계약이다.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한 찬반 논란이 가열되며 사실과 다른 주장이 누적되는 모양새다.
프랑스전력공사는 지난 21일(현지시각) 누리집을 통해 ‘나와에너지에 바라카 원전 운영 안전, 방사선 보호, 연료주기 관리, 환경 모니터링 등과 관련한 서비스를 10년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국내 한 언론은 28일 ‘아랍에미리트 쪽이 한전 등 국내 업체와 맺은 60년 독점 운영권 보장을 깨고 유지관리 일부 분야를 이디에프에 넘겼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정부가 작년 탈원전을 선언한 뒤 아랍에미리트 쪽이 60년간 안정적 운영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함께 전했다.
그러나 바라카 원전의 운영과 관련된 계약 일부는 한국 기업과 이미 체결됐고, 일부는 사업자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앞서 바라카 원전 운영과 직접 관련된 계약은 운전지원계약(OSSA), 장기유지보수계약(LTMA)으로, 이 가운데 운영인력을 파견하는 운전지원계약은 한수원이 9억2천만달러를 받고 4호기 준공으로부터 10년 동안 3천여명을 파견하는 것으로 2016년 정해졌다. 운영지원계약보다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장기유지보수계약은, 박근혜 정부가 협상을 시도했지만 당시 체결에 이르지는 못했다. 산업부는 “나와 에너지에서 현재 장기정비계약과 관련한 각종 세부 사항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자료 : 한국수력원자력(※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프랑스전력공사가 나와에너지에 제공할 서비스는 운전지원·장기유지보수가 아닌 엔지니어링 연구, 현장 지원 및 교육 등으로 ‘기술자문’에 가깝다. 바라카 원전 건설법인(BOC)이 주계약자인 한전이 아닌 미국·영국 등과 일부 기술지원 계약을 체결하거나, 한수원이 국내 원전을 운영하며 미국·독일 등 국외 업체들로부터 각종 운영 지원 관련 자문을 받는 것과 같은 부수적 운영 계약인 것이다.
애초에 나와에너지는 에넥과 한전이 82 대 18로 지분출자를 한 합작회사라 주요 계약을 체결할 때는 한전과 협의해야 하는데,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점도 이디에프 계약은 ‘운영권’에 해당하지 않는 사안이라는 설명을 뒷받침한다.
도리어 이번 논란으로 2016년 박근혜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한 ‘60년 운영권’의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186억달러(약 20조원)짜리 바라카 원전 건설 사업을 수주했고, 박근혜 정부는 추가 협상 끝에 2016년 494억달러(약 55조)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60년 운영권을 확보했다고 대대적으로 알렸다. 그러나 운영권과 관련해 현재 보장된 것은 10년짜리 운전지원계약뿐이다. 이에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한 번 운영지원 계약을 맺으면 다른 업체로 바꾸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10년 단위로 계약 갱신이 계속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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