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난방공사 열수송관이 터지는 사고가 일어난 지 이틀째인 지난 5일 경기도 고양시 백석역 인근 도로에서 난방공사 관계자들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고양/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경기도 고양·안산, 서울 목동 등 곳곳에서 열수송관 파열 사고가 잇따른 가운데, 20년 이상 된 열수송관 686㎞ 중 203곳에서 ‘이상징후’가 발견됐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정밀 진단을 시행한 뒤 보수·교체 대상을 선정할 계획이다. 지역난방공사가 아닌 민간 기업, 지방자치단체 산하 공기업 등이 관리·운영하는 수송관도 적지 않아 정부 주도의 종합 안전관리 체계 구축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창화 지역난방공사 사장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긴급 점검 결과와 대책을 발표했다. 공사의 긴급 점검은 지난 5~12일 열화상 카메라로 지열 차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열수송관이 묻힌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지열이 다르다면 온수 누출 가능성이 있다.
점검 결과, 섭씨 3도 이상의 지열 차가 발견된 203곳 가운데 여의도·상암·반포(중앙지사) 지역이 78곳으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분당 49곳, 고양 24곳, 강남·서초 18곳, 용인 15곳, 대구 12곳, 수원 7곳이었다. 공사는 이 가운데 특히 우려되는 16곳을 선정해 7곳을 파본 결과 고양에서 미세누수를 발견해 교체했다.
공사는 내년 1월12일까지 203곳에 대해 정밀 진단을 벌일 예정이다. 지표 투과 레이더와 직류전압구배법(DCVG·전류를 활용해 피복 손상을 찾는 기법), 굴착 조사가 활용된다. 진단 뒤에는 열수송관을 취약·주의·안전 구간으로 분류하고 취약 지점 수송관은 곧바로 보수·교체를 할 계획이다.
백석역 사고는 1991년 매설된 열수송관의 연결 구간 용접부 덮개가 내구성이 낮아져 파열된 것으로 추정된다. 공사는 같은 방식의 용접부가 있는 10개 지사 열수송관 443개 지점은 별도로 점검해 내년 3월까지 보수·교체 작업을 마치겠다고 밝혔다.
위험 현황도와 보수·교체 대상 기준이 일치하지 않았던 현행 ‘유지관리 업무지침’은 전면 개정하기로 했다. 파열된 백석역 주변 열수송관의 경우 가장 위험한 ‘1등급’으로 분류돼 있었지만, 땅 위로 수증기가 보이지 않아 보수·교체 대상이 아니었다.
공사는 외주업체 노동자들에게 위험한 일이 떠넘겨지지 않도록, 관로 점검 등 외주 인력 112명을 자회사 직원으로 전환하겠다고도 했다. 자회사엔 전문 인력과 장비를 확충해 점검·감시 체계의 전문화와 내실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전국 열수송관 총 3956㎞ 가운데 공사가 관리하는 곳은 2164㎞(54.7%)이고, 나머지는 민간업체 32곳과 그밖의 공기업·공공기관 5곳이 관리·운영한다. 11일 파열된 목동 온수관은 서울에너지공사, 12일 터진 안산 온수관은 안산도시개발 설비다. 황 사장은 “난방업계의 거의 50%가 민간에 개방돼 있다. 민간과 협력하겠지만, 국가가 전체적으로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5일부터 공사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자들과 특별대책반을 만들어 일일 점검을 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각 사업자들이 이번주에 열수송관 개선 조치 계획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사장은 이날 “(지난 4일 사고로 숨진 희생자의) 유가족과 피해자, 불편을 겪은 모든 고객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죄한다”며 “관행에 안주하고 무사안일한 업무 처리에 젖어 있던 의식 전반과 업무 시스템을 전면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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