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들의 감산 합의 발표에도 국제유가 하락세가 계속되자 불안 심리가 커지지만, 내년 초 산유국 감산이 본격 이행되기 시작하면 국제유가가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올해 한때 70달러대 중반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40달러대 중반 선으로 낮아진 국제유가가 언제 반등할지 이목이 쏠린다.
내년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26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배럴당 46.2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에서 8.7%(배럴당 3.69달러) 치솟은 것으로, 크리스마스 전날(24일)까지 가파른 하락세를 타다가 모처럼 급반등했다. 24일 6%대 급락을 부른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해임 가능성을 케빈 하셋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이 일축한 영향이 컸다. 다만 성탄절 직전 유가 폭락은, 수하일 알마즈루에이 아랍에미리트(UAE) 에너지부 장관이 “주요 산유국이 생산량 감축을 추가 논의할 수 있다”고 강수를 던졌음에도 이뤄진 것이어서 불안심리는 증폭되고 있다.
이번 유가 급락은 한차례 해프닝이 되긴 했지만, 이미 국제유가는 올해 10월3일 고점(76.41달러)에서 85일 만에 40% 가까이 주저앉아 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지난주(17~21일)에만 11% 떨어졌다. 두달 여 전에 4년 만에 최고 수준이었던 기름값이 급락한 것이다. 특히 이달 들어 하락세가 눈에 띄는 것은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 발표도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어서다. 앞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오펙)와 러시아 등 비 오펙 국가들은 내년 1월부터 6개월간 하루 평균 120만배럴씩 생산을 줄이기로 지난 7일 합의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상 산유국이 감산 결정을 하면 시행 이전에도 국제유가가 일단 상승세로 돌아서곤 했는데 최근에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유가가 더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을 부른 경기 둔화 우려는 해소되지 않았지만, 또 다른 원인인 수급 불균형은 내년초부터 얼마간 해소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중심으로 1월부터 원유 공급을 줄여나갈 것이다. 미국의 원유 재고도 3주 연속 감소하고 있다”며 유가 하락이 하단에 근접했다고 짚었다. 심혜진 삼성증권 연구원도 “미-중 무역협상이 진전될 경우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석유 수입을 재개하고 이 경우 미국 원유 재고 감소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미-중 무역협상 진행 양상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국제유가에 큰 영향을 받는 국내 일부 산업들은 희비가 엇갈리고 잇다. 고유가 때 본 손해를 올 4분기 일부 상쇄하거나, 반대로 고점 때 누린 긍정적 효과가 4분기에 일부 사라질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영업원가의 상당 부분이 유가에 영향을 받는 항공업계나 한국전력 등은 올 4분기 유가 하락세가 실적 개선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줄곧 호황을 누렸던 정유업계에는 안 그래도 정제마진이 낮아진 상황에서 유가 하락으로 재고 손실도 커져 일시적으로 빨간불이 켜졌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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