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의 자회사인 수빅조선소가 필리핀 현지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해당 조선소에 자재를 납품해온 한국 기업의 피해가 클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8일 수빅조선소가 필리핀 올롱가포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공시했다. 2006년 필리핀 수빅만 경제구역에 약 2.97㎢(90만평) 규모로 건립된 수빅조선소는 한진중공업이 2016년까지 총 7000억원을 투자한 곳으로, 중대형 상선을 위주로 운영돼왔다.
한진중공업은 조선업계 불황 탓에 기업회생절차를 밟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조선업 불황이 10년째 지속되면서 수빅조선소가 수주 절벽과 선가 하락을 버티지 못했다”며 “결국 현지에서 회생신청을 하는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도 “수빅조선소는 2016년 수주 절벽 때부터 2017년까지 수주를 많이 못했고, 이 때문에 유동성 문제가 생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수빅조선소의 현재 수주 잔량은 10여척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빅조선소의 기업회생신청으로 기자재 등을 공급해온 한국 협력업체의 피해도 클 것으로 보인다. 수빅조선소의 적자가 누적되면서, 조선기자재를 납품해온 부산경남지역 협력업체들에 이달 줘야 할 물품대금 수백억원을 지급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수빅조선소는 대부분의 기자재를 부산경남권 업체에서 구매해왔다. 모회사인 한진중공업은 “협력업체 지원을 위해 특별상담센터를 운영하는 등 지역 기자재 업계와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하겠다”고 설명했다. 현장 노동자에 대해서는 “그동안 수주량과 일감이 줄어들면서 (노동자가) 자연감소했고, 일부는 희망퇴직을 실시해 인원감축에 따른 충격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수빅조선소에는 4000여명의 현장 작업자가 근무 중이며, 대부분 필리핀 현지인이다. 다만 한진중공업은 “(수빅조선소의 영업이 중단되더라도) 특수선(해군함정) 중심으로 건조되는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와 본사 영업 등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수빅조선소는 2010년 한진중공업이 영도조선소 현장근무자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이름이 오르내렸다. 당시 한진중공업이 영도조선소의 수주 부진을 이유로 생산직의 3분의 1가량인 410명을 해고하자, 노조는 “수빅조선소에 물량을 몰아준 결과”라고 주장하며 농성을 이어갔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한진중공업 크레인 고공농성,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희망버스’가 이어지기도 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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