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장이 23일 “과거 원자력발전소 부실공사로 공극(빈공간)과 철판(CLP) 부식이 생긴 격납건물 콘크리트 벽들에 대해 올해 안에 정비를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다. 엄 위원장은 또, 지난해 원전 이용률이 예년보다 낮았던 것은 공극·철판 부식 발견에 따른 원전 정비일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며 “이용률 저하가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연관됐다고 보는 것은 굉장히 무리한 해석”이라고도 말했다.
엄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지난해 12월 취임 뒤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렇게 밝혔다. 엄 위원장은 “(공극과 철판부식이) 격납건물 구조적 건전성에 영향을 안 미친다고 볼 수 없다”며 “특히 한빛 4호기의 그리스(기름 윤활유) 누출 문제는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원안위는 지난 2016년 6월 전남 영광의 원전 한빛 2호기에서 격납고 철판 부식이 처음 발견된 뒤 국내 전체 원전에 대한 확대 점검을 벌여왔다. 그 결과 고리 3·4호기, 한빛 3∼6호기, 한울 2·5·6호기 등에서 철판 부식 부위와 공극 등 과거 부실공사의 흔적이 줄지어 발견됐다. 특히 한빛 4호기에서는 격납건물 시공 당시 내벽으로부터 깊이 60∼100㎝ 안쪽에 텐돈(쇠줄) 매설 때 쓰인 그리스가 공극에서 발견돼 균열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대해 엄 위원장은 이날 “그리스 누유 지점을 찾았고 원인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원안위가 밝힌 누유 부위는 깊이 60㎝ 지점의 수직 시스관(텐돈이 들어간 철강재 원통)이다. 엄 위원장은 일부에선 탈원전 때문에 원전 정비일수가 길어져 이용률이 낮아졌다고 하지만 “한 원전에서 공극 문제 같은 것이 발생하면 유사한 원전은 어떤지 당연히 봐야 하는 것”이라며 “이것은 관행처럼 되어 있는 규제”라고도 설명했다.
엄 위원장은 시공을 마친 경북 울주의 신고리 4호기에 대한 원안위의 운영허가 심의가 길어지는 것은 “2016년 경주 지진과 2017년 포항 지진 뒤 지진에 대한 안전성 검토를 할 게 많아져서”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두 지진은 사업자(한수원)는 물론 우리(원안위)도 지금까지 고려하지 않았던 큰 지진”이라며 “저희 입장에선 (지진 관련 안전성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원안위는 경주·포항 지진 발생 이전인 2015년 10월에 신고리 3호기에 운영허가를 내줬지만, 신고리 4호기 허가를 앞두고는 과거 지진 발생 기록과 지질 상태 등을 추가로 검토하고 있다.
원안위는 올해 6월까지 한수원으로부터 각 원전에서의 사고 관리 계획서를 받아, 중대사고 등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체계를 구축하겠다고도 밝혔다. 엄 위원장은 “원안위가 오랫동안 국민 불신을 해소하지 못할 만큼 충분한 설명과 소통을 하지 못했다”며 “국민 신뢰를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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