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기업 3사의 투자 경쟁이 뜨겁다. 유럽의 전기차 시장 확대 전망이 투자 확대의 직접적 계기다.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최강자인 시에이티엘(CATL) 등 중국 기업에 뒤처지지 않고 우위를 확보하려면 불가피한 선택이자 반도체를 이을 차세대 신성장 동력을 위한 과감한 투자라는 평가와, 자칫 치킨 게임판도 안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온다.
엘지(LG)화학은 1조원의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7일 밝혔다. 애초 5천억원 발행을 계획했다가, 지난 5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 2조6400억원이 몰린 것을 보고 계획을 확대했다. 엘지화학은 회사채 조달 자금을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 확대 등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엘지화학은 현재 35GWh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2020년까지 100∼110GWh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해 왔다. 특히 유럽과 중국이 타깃이다.
김종현 엘지화학 전지사업부문장(사장)은 최근 “향후 2∼3년 내 유럽 생산능력을 70GWh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엘지화학은 지난 1월 중국 남경시와 1조2천억원 규모의 투자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엘지화학의 중대형 배터리 사업부문은 지난해 4분기 처음으로 흑자 전환하는 성과도 거뒀다.
삼성에스디아이(SDI)와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에스디아이는 앞서 4천억원을 들여 만든 헝가리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에 5천억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지난해 12월 이사회에서 결정했다. 이 밖에도 지난해 11월 미국 미시간주에 670억원을 투자한 배터리 팩 공장을 증설하고, 중국 시안에 1조원 이상을 투입해 전기차 배터리 2공장을 건설한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의 경우 후발주자라는 꼬리표가 무색할 정도로 배터리 사업을 전진 배치하고 공격적으로 투자 중이다. 1조9천억원을 투자한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배터리 공장 투자에 이어 지난달 27일에는 헝가리 제2공장 설립에 95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중소형 중국 기업들의 난립에 따른 다자간 경쟁 구도에서 소수의 승자독식 구도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최근 전해진 세계 1위 배터리 제조사 중국 CATL의 독일 튀링겐 공장(현재 14GW)을 100GWh 규모 확대 계획을 국내 배터리 3사가 주목한 것도 ‘뒤처졌다간 낙오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럽의 전기차 시장이 앞으로 2∼3년 안에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각 배터리 기업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며 “당장은 수요 증가가 분명해 보이지만, 중장기 시장 예측과 전기차 제조사와의 관계 설정, 수주부터 납품 및 실적 연결까지의 안정적인 사업 운영 등을 잘 해내야 대규모 투자의 리스크를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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