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화석유가스(LPG)를 연료로 쓰는 자동차를 누구나 구매할 수 있게 된다. 택시와 렌터카 등 일부 차종에 한해 엘피지를 ‘수송용 연료’로 사용하도록 한 규제가 철폐됐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저감과 함께 소비자 선택폭 확대 효과가 기대된다는 평가와 함께, 엘피지 차량 연비가 워낙 낮아 기대보다 환경 개선 효과와 소비 확대폭은 작을 수 있다는 전망이 엇갈린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12일 수송용 연료로서 엘피지 사용을 택시와 렌터카 등 일부 차종과 국가유공자, 장애인 등 특정 사용자에게만 허용했던 조항(28조)을 삭제한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일부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 배기량과 사용기간, 용도에 상관없이 모든 소비자가 엘피지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여야는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엘피지 규제 완화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더불어민주당의 지난 지방선거 공약에도 담겨있다. 정부 또한 2020년까지 미세먼지 국내 배출량 30% 감축을 목표로 지난 2017년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에서 엘피지 차량의 단계적 사용제한 완화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국회는 그 동안 배기량 1600cc 미만 차량만, 또는 등록 이후 3년이 경과한 차량에 대해서만, 2021년 1월부터 등의 단서 조건을 포함한 여러 부분 완화 시나리오를 검토해 왔다. 그러나 여야는 이날 모든 조건을 없애는 데 합의했다. 정부·여당의 경제 활성화 의지가 담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엘피지 수급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9월 내놓은 ‘수송용 엘피지 연료 사용제한 완화에 따른 영향 분석 결과’ 용역보고서를 보면, 엘피지 사용규제 완화에 따른 엘피지 연료 사용량 증가분은 최대 117만2천톤 규모다. 이에 견줘 전 세계 엘비지 공급 평균 잉여량이 540만톤이다. 엘피지 가격은 국제유가에 연동 돼 있어 국내 수요 증가에 따라 연료 가격이 오를 일도 없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그 동안 정유업계는 ‘실제 도로주행 조건을 반영한 급가속조건에선 일부 엘피지 차량이 휘발유보다 미세먼지를 더 많이 배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엘피지 차량이 꼭 ‘친환경차’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반박해 왔다. 이에 반해 산업부 용역보고서는 엘피지 규제 전면완화로 현재 8%대 사용비중이 10% 수준으로 늘어나면 2030년까지 미세먼지 발생 원인인 질소산화물(녹스·NOx) 배출량이 3941∼4968톤, 초미세먼지(PM2.5) 배출량이 38∼48톤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엘피지 차량은 연비가 낮은 탓에 온실가스(CO2) 배출량은 25만5362∼26만8789톤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장 선택지가 하나 더 늘어나는 셈이 된다. 그러나 엘피지 차량은 경유차에 견줘 연비가 크게 떨어진다는 점에서 그다지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엘피지 연료가격은 이날 리터(ℓ)당 798원, 경유는 1259원, 휘발유 1358원이지만, 연비는 경유차가 엘피지의 1.7∼2배에 이른다. 기아차가 2017년 내놓은 K7 차량 기준으로 보면, 5만원으로 엘피지 차량은 463㎞, 휘발유는 409㎞, 경유차는 587㎞를 달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유의미한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일으킬 만큼의 수요 확대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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