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경유 가격이 8주 연속 올랐다. 국내 기름값이 아직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앞으로 국내외 요인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가격이 급등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유류세 인하 혜택 축소는 확정됐고 산유국의 감산도 지속되는 분위기다.
1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을 보면, 전국 주유소 보통 휘발유와 자동차용 경유의 평균가격은 지난 13일 기준으로 리터당 1417원과 1311원을 기록했다. 둘째주 가격보다 더 오른 것이다. 이달 둘째주(6~12일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주보다 리터당 10.3원 오른 1408원, 경유는 8.5원 상승한 1304원이었다. 지난 2월 중순, 휘발유와 경유는 각각 1343원과 1242원으로 저점을 찍은 뒤 상승세를 보여왔다. 지난해 11월 유류세 인하 직전 고점에 비해서는 아직 낮은 편이지만, 상승세가 뚜렷하다.
최근 국내 기름값 상승에는 대외적 요인이 큰 영향을 미쳤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확대, 미국 석유제품 재고 감소, 미국의 베네수엘라 추가 제재 등의 영향으로 지난 3월 국제 유가는 줄곧 올랐다. 연초 배럴당 40∼50달러 수준이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선물)는 지난 12일(현지시각) 63.89달러까지 올랐다. 올해 평균 64.28달러로 거래된 두바이유(현물)의 12일 거래 가격은 70.10달러였다. 통상 국제유가 등락은 2∼3주 뒤 국내 가격에 영향을 준다.
국내 기름값 상승세는 한동안 불가피해 보인다. 일단 지난해 11월부터 15%가 적용되어온 유류세 인하폭은 다음달 7일부터 7%로 완화된다. 유류세 인하폭이 줄어드는 만큼 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 어차피 한시적 조처였지만 유류세 인하 혜택을 곧바로 종료하지 않아 이 정도다.
대외 요인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산유국들의 감산 이행 수준이 예상을 뛰어넘는다. 지난해만 해도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이 감산 규모를 발표해도 국제유가가 곧장 요동치진 않았다. 이행률이 높지 않았고 미국 셰일가스 생산으로 산유국들의 수급 영향력이 줄어든 까닭이다. 그러나 이란·베네수엘라·리비아를 제외한 석유수출국기구 11개국이 지난해 말 추가 감산을 합의한 뒤로 이행률을 1월 86%, 2월 101%, 3월 135%로 높여나가고 있다. 1998년 이후 산유국들의 5차례 감산 기간 평균 이행률은 49%, 이번 감산 기간(2017년 1월 시작) 중 지난해까지 이행 실적은 83%에 그쳤다. 특히 ‘리더’ 격인 사우디아라비아의 3월 이행률은 228%(73만 배럴)다. 오펙 전체 감산 목표치의 90%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재정 수입 확대 등을 위해 연말까지 감산 연장을 바라고 있다.
하루 평균 원유 130만배럴을 생산하는 리비아가 이달 초부터 내전 중이고, 주요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에서 대규모 정전이 계속되는 것도 원유가격 상승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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