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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원전 해체시장 546조 ‘장밋빛 홍보’…지역 경쟁만 과열”

등록 2019-04-18 16:50수정 2019-04-18 19:07

정부 ‘원전해체산업 육성’ 전략 내놨지만
“원전업계 달래려는 선심성 정책일 뿐
해체 시장 크기 어렵고 접근성도 떨어져”
불투명한 시장 아니라 정부가 주도해야
원안위 해체 담당 인원은 고작 1명뿐
리투아니아 이그날리나 원전 해체 작업 중인 노동자들이 고철에서 방사성을 측정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제공
리투아니아 이그날리나 원전 해체 작업 중인 노동자들이 고철에서 방사성을 측정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제공
정부가 원자력업계 ‘새 먹거리’로 내놓은 해체 산업 육성 전략을 두고 ‘선심성 페이퍼 정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실적으로 국내 원전업계가 접근할 수 있는 국외 원전이 제한적인데다 글로벌 원전시장 축소와 함께 일감이 사라질 분야여서 시장 형성 자체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과도한 장밋빛 시장 전망을 내놓은 탓에, ‘원전 해체연구소’ 부지를 두고 지역 간 경쟁만 과열되고 있다는 지적마저 제기된다.

산업통상자원부·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관계부처가 17일 내놓은 ‘해체산업 육성 전략’을 보면, 정부는 글로벌 원전 해체시장 규모를 546조원으로 추산했다. 1960∼80년대 건설된 각지 원전의 설계 수명이 만료되는 2020년대를 앞두고 국내 해체산업의 경쟁력을 미리 키우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2년 전 영구정지된 원전 고리1호기의 본격적인 해체(2022년)가 시작되기 전, 관련 물량을 일찌감치 발주하는 방식으로 초기 시장을 형성해 기업 육성과 해체 경험 쌓기를 돕겠다고 했다. 또 해체 전문 기업과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각종 금융·교육 지원 정책, 원전해체연구소 등의 인프라 구축 방안도 내놨다.

이에 대해 원전업계는 물론이고 에너지 전환을 지지해온 쪽에서도 현실적이지 않은 전략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겉보기엔 글로벌 해체시장 규모 ‘546조원’이 커보이지만, 한국 기업의 접근성은 떨어진다. 딜로이트와 원자력연구원이 2015년 8월 내놓은 연구결과를 보면, 전체 해체 시장의 74%가 이미 해체 기술을 충분히 갖춘 유럽연합(EU)·북미·일본 등 선진국에 분포돼 있다. 제3국 원전들도 있지만 비중이 작고 그 중에서도 한국만 보면 시장 규모는 22조5천억원에 그친다.

무엇보다 원전 해체 시장 역시 ‘시한부’란 점 때문에 육성 전략은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 상식적이다. 세계적으로 급속히 진행 중인 에너지 전환에 따라 지난해 건설이 개시된 원전은 중국 2기에 그쳤다. 비록 해체 수요는 늘겠지만, 시장은 부가가치가 계속 창출되리란 기대가 있을 때 형성되는 만큼 해체가 ‘산업’이 되긴 어렵다는 견해가 많다. 2015년 당시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원전 해체산업 육성 정책’에서도 정부는 “(각 국외 원전의) 해체 결정 시기가 불확실해 실제 시장 형성시기는 유동적”이라고 짚었다.

박종운 동국대 교수(원자력시스템공학과)는 “규모도 작고, 사라질 것이 분명한 해체 분야가 건설을 대체할 시장처럼 홍보되어서는 안 된다”며 “에너지전환의 필요성과 별개로, 원전업계에 과도한 희망을 주는 것도 적절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도 “정부의 과도한 홍보 때문에 원자력해체연구소 부지를 둘러싼 지역 갈등이 과도해지는 측면이 있다”며 “해체는 필요한 기술이지만 장밋빛 시장 전망을 내놓아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지난 15일 정부는 부산과 울산에는 원자력연구소 본원을 두고, 경주에는 국내에 4기(월성1∼4호기)밖에 없는 중수로를 해체할 기술원을 설립하기로 발표해 지역 갈등이 일고 있다.

원전 해체 분야는 ‘시장의 산업’이 아닌 ‘정부의 사업’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에너지전환에 따라 국내 원전 기업·인력의 업종 전환이 불가피한 만큼 시장에 기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장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 해체계획서 심사를 앞두고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해체 담당 인력은 단 1명이다. 해체 전담 부서조차 없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 원자로 해체과와 핵물질해체과 2개과가 있고 26명이 관련 업무를 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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