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이 끝난 뒤 반도체 기업 대표 등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화성/청와대사진기자단
삼성 투자 발표에 발맞춰 정부도 ‘시스템반도체 비전과 전략’을 내놨다. 장밋빛 전망을 바탕으로 번번이 실패한 시스템반도체 산업 육성에 다시 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창의적 기술력이 중요한 국내 시스템반도체 설계 전문기업(팹리스)에 정부와 민간 대기업들이 나서 필요한 시스템반도체 기술설계를 맡기는 ‘수요 창출’에 방점이 찍혔다.
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교육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9개 관계부처는 1일 ‘2030년까지 팹리스 시장 점유율 10%, 파운드리 세계 1위, 일자리 2만7천개 창출’을 목표로 하는 시스템반도체 5대 중점 대책을 내놨다.
우선 ‘다품종 소량생산’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핵심인 팹리스 육성이다. 글로벌 상위 50위 팹리스 기업 가운데 한국 기업은 실리콘웍스 1곳뿐이고, 퀄컴·엔비디아·에이엠디(AMD) 등 미국 기업들이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설계된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 시장에선 글로벌 1위 업체 대만 티에스엠시(TSMC)를 삼성전자가 추격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팹리스 육성을 위해 산업부·전자부품연구원과 현대모비스·현대로보틱스·엘지(LG)전자·한국전력공사·원텍 등 5개 분야 23개 기업은 이날 ‘얼라이언스 2.0’을 결성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얼라이언스 2.0은 시스템반도체 수요 발굴과 기술기획, 연구개발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이 목표다. 얼라이언스가 발굴한 유망기술은 1년 300억원 규모의 정부 연구개발에 우선 반영된다. 정부는 가스·전기 스마트계량기, 지능형 폐회로텔레비전(CCTV), 5G 모듈 전자발찌, 국방용 레이다, 스마트하이웨이 등 공공영역에서 필요한 시스템반도체도 2030년까지 2400억원 이상 규모의 시장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삼성전자 등 파운드리 기업엔 세제·금융 지원이 이뤄진다. 지원을 해주는 대신 파운드리로 하여금 팹리스에 공정·기술·인프라를 대폭 개방하게 해 협력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정부 구상이다. 연세대·고려대에 반도체계약학과를 신설해 등록금을 지원하고 채용을 약속하는 방식으로 2030년까지 전문인력 1만7천명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와 과기부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1조원의 연구개발 자금을 활용해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차세대 반도체 기술개발도 추진한다. 민간 주도로 1천억원 규모 팹리스 전용펀드를 신규 조성한다. 팹리스 전용펀드는 2015년 시스템반도체 전략 발표 때도 포함됐지만 펀딩할 민간 투자자를 찾지 못해 실패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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