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충북 오창공장에서 직원들이 전기차 배터리를 점검하고 있다. LG화학 제공
전기자동차 확산과 함께 빠른 성장세가 예상되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투자·수주 실적이 쌓이고 있다. 영업비밀 침해 여부를 두고 갈등 중인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과 엘지(LG)화학이 15일 각각 중국 배터리 생산공장 신규건립 투자 계획과 스웨덴 완성차 볼보 프로젝트 수주 성과를 발표했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전날 이사회를 열어 중국 배터리 생산기지 확장에 5799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투자금은 기존 창저우 공장에 이어 새로 만들 생산기지 설립 출자금으로 쓰인다. 연산 7.5GWh(전기차 25만대 분량) 규모의 창저우 공장은 중국 베이징자동차·베이징전공과 합작해 지난해 8월 착공했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급성장하는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서 주도권을 갖기 위해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지난해 3월 헝가리 1공장 착공을 시작으로 글로벌 캐파(생산능력)를 계속 키우고 있다. 올 2월 헝가리 2공장을 착공했고, 지난 3월엔 미국 조지아주 공장 기공식을 했다. 이 공장들이 모두 완공되면 2022년에는 40GWh 생산능력이 확보된다. 2022년까지 생산능력 60GWh를 확보하기 위해 기지 신설·확장을 계속할 것 예정이다. 3월 말까지 누적 수주 잔고는 2016년 말 대비 13배인 430GWh로 커졌다.
엘지화학은 이날 순수 내연기관 ‘신차’ 생산 중단을 선언한 볼보의 폴스타 전기차 배터리 공급업체로 중국 시에이티엘(CATL)과 함께 최종 선정됐다. 폴스타는 볼보차 그룹이 2017년 런칭한 고성능 전기차 브랜드다.
그 동안 볼보가 어떤 글로벌 배터리 업체를 공급사로 선정할지는 업계 주요 관심사였다. 특정 라인업에만 적용되는 배터리가 아니라, 볼보의 3세대 전기차 ‘플랫폼’에 쓰일 배터리를 장기간 공급할 기회이기 때문이다. 플랫폼은 다양한 전기차 모델이 적용이 가능한 차체 뼈대다.
엘지화학은 국내를 비롯해 미국, 중국, 폴란드에 생산 거점을 구축해놨다. 엘지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고는 110조원 규모라고 밝혔다. 김종현 엘지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은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를 맞아 압도적인 경쟁력으로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같은 날 투자·수주 계획을 각각 발표한 두 기업은 미국에서 소송전을 준비 중이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과 폭스바겐과의 협력을 견제하고 나선 엘지화학이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하며 갈등이 부상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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