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2대 주주인 사모펀드 케이씨지아이(KCGI)의 한진칼 지분이 15%를 넘겼다. 지분 15% 이상을 보유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 신고 대상이 된다. 케이씨지아이가 공정위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게 된다면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케이씨지아이 산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는 한진칼 지분 15.98%를 보유했다고 29일 공시했다. 새 사모투자합자회사인 베티홀딩스 등이 지분을 추가 매입해 약 한 달 만에 지분 14.98%에서 1%포인트 높였다. 케이씨지아이 쪽은 지난 22일 케이비(KB)증권에서 39만주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자금 일부를 마련했다고 공시했다.
케이씨지아이가 한진칼 지분 15% 이상을 보유하게 되면서 공정위 기업결합신고 의무도 발생하게 됐다. 공정위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결합에 대해 신고를 받아 경쟁제한 가능성이 있는지 심사한다. 케이씨지아이는 자산이 300억원 이상이고, 상대회사인 한진칼의 자산 또는 매출액이 3000억원 이상이어서 신고의무가 발생한다.
다만 공정위에 신고해도 케이씨지아이의 자금 출처가 드러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일각에서는 공정위 기업결합심사 과정에서 케이씨지아이의 자금 출처가 드러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나,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가 심사 과정에서 자본 출처를 살펴보긴 하지만, 비밀유지의무가 있어 외부에 (투자자가 누군지) 밝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케이씨지아이의 추가지분 확보로 총수일가가 느끼는 압박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 최대 주주는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17.84%)으로, 조 전 회장과 케이씨지아이의 지분 격차는 2%포인트도 채 되지 않는다. 조원태·현아·현민씨 3남매는 각각 2.34%, 2.31%, 2.30%를 보유하고 있다. 총수일가 지분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28.95%다.
케이씨지아이가 추가지분 확보를 바탕으로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압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한진그룹 지배구조에 별다른 변화가 없으니, 조원태 회장 등에게 지배구조 개선 메시지를 전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