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에 보복 관세를 개시하는 등 미-중 무역분쟁이 거세지고 있다. 두 나라의 ‘난타전’식 관세 부과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와 함께 한국의 수출 등 국내 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우려가 커진다.
중국은 1일(현지시각) 600억달러 상당의 미국 상품에 부과되던 관세를 기존 5~10%에서 5~25%로 올렸다. 지난해 교역액 기준으로 평균 대미 관세가 13.3%로 인상되는 셈이다. 중국의 이번 조처는 앞서 미국이 2천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25%란 고율 관세 부과를 결정한 것에 대한 보복 성격이다. 미국의 추가 관세를 적용받게 되는 중국 화물선이 지난 1일 미국 항구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은 325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대해 추가로 25% 관세 부과에 나설 수 있다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관세 보복’이 현실화하자 미-중 무역협상 타결을 기대해 오던 한국 정부와 수출기업들은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힘겨루기 장기화로 두 거대 경제권 중 한 곳이라도 내리막길을 걷게 되거나, 글로벌 경제에 대한 불안 심리가 투자·소비 감소 등 실물경제 위축으로 이어질 경우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분쟁과 무관하게 한국 수출은 ‘반도체 초호황 국면’이 정점을 찍은 뒤로 6개월 연속 감소세였다. 산업통상자원부 집계로, 5월 수출은 459억1천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4% 감소했다. 수출 감소율이 2월 11.4%로 최대를 기록한 뒤 3월 8.3%, 4월 2.0%로 완화되다가 감소 폭이 다시 늘었다. 5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5%나 감소했는데, 여기에는 지난해 5월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44.4% 증가했던 것에 대한 기저효과도 영향을 끼쳤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대중국 수출 감소의 주요 원인이었던 중국 제조업 경기 부진이 미-중 무역전쟁으로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으로의 수출은 지난해 11월 3.2% 줄면서 처음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뒤, 올해 1월 전년 동기 대비 19%, 2월 17.3%, 3월 15.7%, 4월 4.5%, 5월 20.1% 감소했다. 산업부는 5월 중국 수출 감소율이 20%를 넘어선 것은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하고 미국이 중국 기업(화웨이 등) 제재에 나서면서 통상 여건이 나빠진 것이 첫째 원인”이라고 풀이했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수출 감소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중 무역분쟁 격화 끝에 한국이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 사이에 끼여 있는 한국으로선 업종별로 피해나 기회 요인이 서로 다를 수 있다”며 “미-중 분쟁이 격화될수록 정교한 통상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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