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1호기 제어봉 성능시험이 수행된 주제어실 내부 전경. ①은 원자로 출력 상태를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②는 제어봉 위치를 보여준다. ③은 제어봉을 조작하는 보드와 제어봉 조절봉이다. 원안위 제와
지난달 10일 원자력발전소 한빛 1호기 출력이 기준치를 초과해 급증한 것은 무면허 운전, 제어봉 오작동, 계산 착오 등이 겹쳐 벌어진 것으로 원자력안전위원회 특별조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또한 정비 기간이 계획보다 오래 걸리면 발전소 평가에서 감점을 받아 정비 단축에 매달리는 유인으로 작용해온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원자력기술원은 지난달 20일부터 특별사법경찰관을 투입해 실시한 한빛 1호기 사건 특별조사 중간 결과를 24일 전남 영광의 영광방사능방재센터에서 발표했다. 지난달 10일 한빛 1호기 제어봉 성능시험 중 출력 급증을 부른 제어봉 과도 인출 사건에 대한 조사를 벌여 중간 발표를 한 것이다.
원안위는 당시 제어봉 성능시험에 참여한 한수원 직원들이 8개 제어봉으로 구성된 제어군 ‘비’(B)를 66단에서 한번에 100단으로 끌어올린 결과 원자로 출력이 기준치인 5%를 초과해 18%까지 급상승한 것으로 확인했다. 제어봉은 원자로 안에서 0단(완전삽입)에서 231단(완전인출)을 오가며, 높은 단으로 인출될수록 원자로 안에 중성자가 많아져 출력이 높아진다.
애초 제어봉을 100단으로 인출한 것은 비(B) 제어군에 속한 8개 제어봉 중 1개만 다른 제어봉들보다 12단(step) 낮은 곳에 있는 ‘편차’를 조정하기 위해서였다. 편차는 제어봉 걸쇠가 오작동(래치잼)했거나 설비에 불순물(크러드)이 침전해 생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자로차장이 8개 제어봉이 100단까지 인출되어도 원자로 내 중성자 반응도는 -697pcm으로 출력이 감소할 것이라 계산한 점도 중대 실수였다. 사건 조사 결과 당시 실제 반응도는 +390.3pcm으로 출력이 증가하는 값이었다.
원안위는 특벌사법경찰이 확보한 관계자 진술을 통해 무자격자가 제어봉을 운전했고, 이때 원자로 조종 감독 면허자(발전팀장)의 지시·감독이 없었다는 사실도 재차 확인했다. 이는 원자력안전법 84조 위반으로 형사처벌 대상이다. 법 위반 혐의자들에 대해서는 광주지방검찰청이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한수원은 원자력안전법뿐 아니라 자체 절차서도 여럿 위반했다. 13시간 동안 3개 근무조가 교대로 투입되는 제어봉 성능시험을 할 때는 교대 때마다 위험요소를 확인하는 ‘중요 작업 전 회의’를 해야 하지만, 회의는 최초 투입된 근무조만 실시하고 나머지 2차례는 생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제어봉 위치 편차를 조정할 때는 작업 ‘오더’(지시) 발행, 작업계획서 신규 작성, 작업 전 회의 등 필수적 사전 절차를 하지 않았다.
철저한 정비를 방해할 수 있는 조건들도 발견됐다. 당시 제어봉 성능 시험에 참여 중이었던 노심파트 직원은 25시간 연속 근무해 적절한 판단이 어려운 상태였다. 무엇보다 한수원은 정비 기간이 계획보다 늘어지면 발전소 평가를 감점하는 제도를 두고 있어, 작업자들이 서둘러 정비를 마치는 데 매달리도록 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사건 당일 발전소가 이상 징후를 보이자 현장에 도착한 원자력안전기술원 조사단이 노외핵계측기 열출력이 기준치를 초과를 확인하고 즉시 수동정지 하라고 했는데도, 한수원은 주급수유량 쪽 출력은 -1.05%라 수동정지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버텼다. 공방 끝에 한수원은 출력급증으로부터 약 12시간 뒤에야 수동정지를 결정했으며, 이는 원자력안전법 26조(운영기술지침서 준수) 위반이다. 원안위는 중간조사 결과 한수원 쪽이 주장한 출력도 기준치 5%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원안위는 제어봉 설비에 중대한 문제가 없는지 육안점검 하는 등 기기 상태를 최종 점검하고 조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영광발전본부뿐 아니라 한수원 본사에 대한 리더십 점검 등도 향후 조사 범위에 포함된다. 원안위는 “사건 조사결과를 철저히 분석해 종합적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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