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가구당 전기요금을 1만원가량 할인하는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안이 표류하고 있다. 전기소비 효율화를 추구하는 에너지전환에 역행하는 개편안이라고 환경단체와 전력시장 전문가들이 비판하는 한편으로, 한국전력은 재무적 부담을 이유로 개편안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 탈원전 정책에 따른 전기요금 상승 우려를 부각시켜온 보수 진영도 한전의 비용 부담을 우려하고 있으며, ‘반년 논의 끝에 고작 1만원 인하냐’는 싸늘한 여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정책의 일관성, 요금체계 전반에 대한 개편 의지, 소비자 효능감을 비롯한 정책 효과 등 무엇 하나 뚜렷하지 않은 개편안이 출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26일 “이사회 개최 일정은 아직 미정”이라고 말했다. 전기요금 누진제 티에프(TF)가 지난 18일 개편안을 최종 권고한 지 일주일이 넘었다. 결론 없이 종료된 21일 한전 이사회에선 사상 최대 적자 상황에서 재정 지원 약속도 없이 연 3천억원을 떠안는 것은 배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부터 ‘여름철 1만원 요금 할인’은 당장 필요한 요금 체계 개편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았다. 시장을 가장 많이 왜곡하는 산업용 경부하 요금 체계부터 수술하라는 사회적 요구가 더 거셌고, 주택용 전기요금은 2016년 6단계 누진제를 3단계로 완화하며 세계적 수준에 견줘 이미 낮아진 상태여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통계를 보면, 2016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전력소비량은 1만96㎾h로 오이시디 평균(7407㎾h), 프랑스(6618), 독일(6284), 일본(7621), 영국(4630)등 주요국보다 훨씬 많다. 이는 산업용 소비량이 오이시디 평균의 2배 수준인 까닭이다. 과소비를 사실상 종용하는 초저가 심야요금(경부하요금·㎾h당 53.7~68.6)이 조정되지 않으면 ‘전기 다소비 국가’란 오명은 벗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은 달러당 0.45kgCO2로 프랑스(0.10), 독일(0.19), 일본(0.19), 오이시디 평균(0.23)에 견줘 최소 두배이고 최대 4배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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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용 전기요금은 오이시디 평균보다 현저히 낮다. 오이시디 평균은 ㎾h당 0.1659달러, 프랑스 0.1873달러, 영국 0.2057달러, 독일은 0.3436달러인데 한국은 0.1091달러에 그친다. 이런 낮은 요금 수준에는,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저용량(200kWh 이하) 사용자에게 최대 4천원을 할인해주는 필수사용량 보장 공제제도 등의 영향이 크다. 연봉 2억원을 넘는 한전 김종갑 사장도 받는 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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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런 문제들에 대한 정책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한전이 개편안을 늦게 의결해도 소급 적용해 7월부터 할인이 이뤄지게 하겠다. 필수사용량공제 폐지나 산업용 요금 체계 개편과 관련해선 구체적으로 확정된 일정 등이 없다”고 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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