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하락폭이 다시 급격히 커지며 3년5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반도체 단가 하락, 미-중 무역분쟁, 중국 성장세 둔화 등 대외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하반기 수출 회복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의 ‘6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전년동월 대비로 6월 수출은 13.5% 감소한 441억8천만달러, 수입은 11.1% 줄어든 400억1천만달러였다. 무역수지는 41억7천만달러로 89개월 연속 흑자다. 상반기 전체로 보면 수출은 2715억5천만달러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8.5% 감소했고 수입은 2520억달러로 5.1% 감소했다. 이 추세대로면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연간 수출액이 6천억달러를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6월 수출 감소에도 미-중 무역분쟁과 세계교역 위축, 반도체·석유화학·정유산업의 업황 부진에 따른 수출단가 급락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특히 6월 대중국 수출이 전년동기 대비 24.1%나 감소한 점이 눈에 띈다. 2009년 5월(-25.6%) 이후 최대 낙폭이다. 상반기 대중국 수출은 16.9% 줄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집계하는 세계무역전망지수도 올 2분기 96.3으로 9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수출 물량은 올 상반기 0.3% 증가했지만 수출 단가 하락으로 수출액이 8.5% 감소했다. 특히 상반기 기준 전체 수출의 17.5%를 차지하는 반도체 가격은 지난달에도 33.2%나 떨어지는 등 반년 가까이 매달 급락하고 있다. 수출 비중 8%의 석유화학도 업황 부진으로 6월 수출 단가가 17.3% 낮아지며 수출액(31억2500만달러)이 24.5% 줄었다.
대신 자동차와 선박은 6월 수출이 각각 8.1%, 46.4% 늘었다. 한때 위기 신호가 크게 울렸던 자동차(수출 비중 8%)의 경우 상반기 수출이 7%에 증가해 7년 만에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다만 자동차 부품(수출 비중 4.2%)은 상반기 수출이 전년동기 대비 2.3%로 아직 감소세다.
반도체 업황 부진과 국제유가 하락 등 경기적 요인에 더해 미-중 무역 분쟁까지 겹쳐 파고를 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지난달 27일 내놓은 하반기 수출 전망 보고서에서 ‘보호무역주의 등 세계 경제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투자·소비 지연으로 하반기도 수출 회복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이날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수출 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하반기에 무역금융 119조원을 공급하고 이 중 70조원을 3분기에 집중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성 장관은 “정부와 수출지원기관은 엄중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모든 수출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며 “기업들도 과감한 투자와 적극적 시장 개척으로 수출과 산업현장에 활력을 더해 달라”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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