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리스트 일 배제, 뭐가 바뀌나
유효기간 3년짜리 포괄허가
예외적 경우 빼곤 원천 금지
일본은 반복적 거래에도 족쇄
우리는 동일구매자에 예외인정
유효기간 3년짜리 포괄허가
예외적 경우 빼곤 원천 금지
일본은 반복적 거래에도 족쇄
우리는 동일구매자에 예외인정
정부가 일본을 한국의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인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고시가 시행되면, 일본으로 1138개 비민감 전략물자 품목 등을 수출하려는 국내 기업은 형식적으로 더 깐깐한 수출심사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수출 기업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일본이 전략물자 국제통제체제 원칙을 위배한 국가라는 여론을 국제사회에서 환기하는 방향으로 개정 고시를 운용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발표된 고시 개정안을 보면, 전략물자수출입고시에서 수출 지역을 바세나르 협정 등 4대 국제통제체제에 모두 가입한 ‘가 지역’(29개국)과 나머지 국가 ‘나 지역’으로 분류한 10조가 바뀐다. 앞으로는 4대 체제에 모두 가입했더라도 국제통제체제 원칙에 위배해 제도를 운용하는 국가는 ‘가의2’ 지역으로 분류되어 ‘가의1’ 지역과 ‘나 지역’ 사이 ‘중간 강도’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현재까지 ‘가의2’에 편성된 국가는 일본 한곳이다.
고시 개정에 따라 일본으로 비민감품목 전략물자 1138개를 수출하는 기업은 원칙적으로 포괄허가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이전까지는 수출 신청서 1장만 내면 쉽게 유효기간 3년의 허가를 얻었지만, 앞으로는 건건이 서류 5종(신청서, 전략물자 판정서, 영업증명서, 최종수하인 진술서, 최종사용자 서약서)을 제출하고 개별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일본이 한국으로 비민감 전략물자 수출 시 내주는 허가의 종류를 포괄에서 개별로 바꾼 것과 같다. 한국이 지정한 전략물자 품목 1735개 가운데 민감 품목 597개는 애초 화이트국가에 수출하더라도 개별허가 대상이었던 터라 고시 개정 뒤 달라지는 것이 없다.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로의 변경이라는 큰 틀의 변화는 같지만 비화이트국으로의 수출이더라도 포괄허가가 나오는 ‘예외적 상황’은 한국에서 더 열려 있다. 전략물자 수출 운용을 잘한다는 인증을 정부에서 받은 ‘자율준수(CP) 기업’, 동일 구매자(수입 기업)에 2년간 3회 이상 반복 수출하는 기업, 2년 이상 장기 수출 계약을 한 기업은 가의2나 나 지역으로 모두 수출할 때도 신청서에 더해 전략물자 판정서와 영업증명서를 제출하면 유효기간 2년짜리 포괄허가를 받을 수 있다. 자율준수 기업에만 포괄허가를 내주고 반복·장기 거래에 대해서는 예외적 인정을 하지 않는 일본보다 더 유연한 제도 운용이다.
무엇보다 한국은 특정 품목을 골라 어떤 경우에도 포괄허가를 받을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조처는 하지 않았다. 일본이 불화수소 등 반도체 소재 3개에 대해서는 자율준수 기업에까지도 포괄허가를 내주지 않겠다고 한 것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개별허가 심사에 걸리는 기간도 일본에서는 비화이트국의 경우 통상 90일이나 되지만, 한국에서는 ‘가의2’와 ‘나’ 지역 둘 다 15일이다. ‘가의1’에 소요되는 기간(5일)의 3배다.
비전략물자라도 무기 개발·제작 전용 가능성이 있어 적용되는 상황허가(캐치올) 규제 수준은 한국이 일본보다 더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은 화이트국엔 캐치올 규제를 아예 면제하고, 비화이트국엔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제작에의 사용을 기업이 인지 또는 의심하거나 정부가 해당 기업에 통보한 경우 적용한다. 한국은 대량살상무기와 재래식무기를 가리지 않고 인지·의심·통보된 경우 심사 대상이 된다.
정부는 최대한 절차적 적법성과 정당성을 갖추며 고시를 개정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박태성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행정예고로부터 의견수렴을 받는 20일 동안 일본이 희망할 경우 언제든 협의에 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일본 쪽 의견 가운데 적절하고 수용할 부분이 있으면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지난달 1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힌 뒤 이달 2일 각의에서 최종 결정하기까지 단 한 차례도 공식적인 협의를 제안하지 않았다. 정부가 상대국과 협의를 우선시하는 세계무역기구(WTO) 관행을 따름으로써 국제법상 문제없는 조처라는 명분을 쌓는 동시에, 일본 정부 대응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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