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SDS의 지면광고. /필진네트워크 모던뽀이
유비쿼터스는 노동자 지우개?
한적한 크리스마스 오후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집에서 쉬면 늘 하는 것처럼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서 영화잡지를 손에 들고 보기 시작했습니다. 30-40분쯤 흘렀을까요. 잡지를 다보고, 잡지 맨 뒤의 표지 광고를 보는 순간, 작은 충격이 제게 다가왔습니다. 그 광고는 다름 아닌 삼성SDS의 “유비쿼터스는 지우개다”라는 시리즈물 광고였습니다.
대형 마트로 보이는 계산대에는 계산을 기다리는 고객들이 줄을 서있고, 계산을 하는 여종업원자리에는 가위로 오려 낸 듯한 ‘흔적’이 있습니다. 그 ‘흔적’안에는 “지워버리고 싶습니다. 당신을 불편하게 했던 것들”이라는 카피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이것은 바코드를 대체할 차세대 인식기술인 RFID를 부각시키려는 광고입니다. 광고 의도는 좋았다고 봅니다. 항상 계산대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지루함’은 누구나 겪었던 일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이 광고를 보는 순간 고객들을 불편하게 하는 현재의 ‘바코드’ 시스템의 교체보다는 사라져 버린 ‘계산대 직원’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녀는 ‘비정규직’이었을 것입니다. 기업은 물류비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새로운 RFID시스템을 도입할 테고, 그에 따라 수많은 계산하는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할 것입니다. 광고에서 가위로 오려내진 것처럼, 그녀도 오려내지고 직장을 잃을 것입니다.
저는 아무리 ‘편리성’과 ‘기술의 진보’를 알리려는 광고지만, ‘노동자’를 싹둑 오려내어 ‘지우고 싶다’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새로운 기술’을 광고하는 자본의 속성을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광고는 광고일 뿐이다’라고 이해하려고 해도, 그 몰 인간성에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광고가 몇몇 신문사에서 ‘광고대상’까지 받았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기술이전에 사람을 먼저 생각해야 현재의 바코드 시스템도 예전의 전자계산기 시대에 비해서는 엄청나게 빠른 계산을 수행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몇 분도 못 기다리나 봅니다. 카트를 밀고 그냥 곧장 주차장으로 향해야 직성이 풀리나 봅니다. 이런 식의 기술 진보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짜증’이 아닌 같이 간 일행과 몇 분간의 대화를 나누는 여유도 없어져 버린걸까요? 사람을 위해 기술이 있어야 하는데, 이 광고에선 누군가를 지워버리고 다른 누군가를 편리하게 하는 기술을 광고하는 것 같아 크리스마스 내내 기분이 씁쓸했습니다. 이 광고를 기획하거나 심사하는 과정중에, “이건 좀 심한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을 누군가가 있었을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현재 계산대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이 광고를 보았을때 어떤 기분을 갖게 될지, 광고주가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말이 하고 싶네요. 그들은 손님을 편하게 하기위한 당신들의 필요에 의해 고용되었습니다. 손님을 불편하게 하기 때문에 지워져야할 그런 존재들이 아닙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는 아무리 ‘편리성’과 ‘기술의 진보’를 알리려는 광고지만, ‘노동자’를 싹둑 오려내어 ‘지우고 싶다’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새로운 기술’을 광고하는 자본의 속성을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광고는 광고일 뿐이다’라고 이해하려고 해도, 그 몰 인간성에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광고가 몇몇 신문사에서 ‘광고대상’까지 받았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기술이전에 사람을 먼저 생각해야 현재의 바코드 시스템도 예전의 전자계산기 시대에 비해서는 엄청나게 빠른 계산을 수행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몇 분도 못 기다리나 봅니다. 카트를 밀고 그냥 곧장 주차장으로 향해야 직성이 풀리나 봅니다. 이런 식의 기술 진보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짜증’이 아닌 같이 간 일행과 몇 분간의 대화를 나누는 여유도 없어져 버린걸까요? 사람을 위해 기술이 있어야 하는데, 이 광고에선 누군가를 지워버리고 다른 누군가를 편리하게 하는 기술을 광고하는 것 같아 크리스마스 내내 기분이 씁쓸했습니다. 이 광고를 기획하거나 심사하는 과정중에, “이건 좀 심한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을 누군가가 있었을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현재 계산대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이 광고를 보았을때 어떤 기분을 갖게 될지, 광고주가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말이 하고 싶네요. 그들은 손님을 편하게 하기위한 당신들의 필요에 의해 고용되었습니다. 손님을 불편하게 하기 때문에 지워져야할 그런 존재들이 아닙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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