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항공기 기장·객실 승무원 등은 법적으로 흡연 관련 규제를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중국 에어차이나 부조종사가 조종실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려다 공기조절 밸브를 잠그는 등 흡연 관련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항공 종사자의 기내 흡연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항공보안법상 승객의 기내 흡연은 금지하고 있으나 기장과 객실승무원의 흡연을 규제할 법적 근거는 없다. 항공안전법에 따라 이들의 기내 음주나 마약류 복용을 금지하는 조항은 있지만 흡연은 빠져 있어, 다수 국내 항공사는 사내 운항규정 및 직무윤리규정에 따라 기장·객실승무원 등의 흡연을 금지하고, 적발됐을 경우 사내 징계위원회를 통해 해고·정직·업무정지·견책 등의 처분을 내리는 데 그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제주항공 조종사 2명이 흡연으로 적발됐으며 적발되지 않은 건수를 포함하면 조종사 등의 운항 중 흡연 사례는 더 많을 가능성이 크다. 박 의원실이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 항공라운지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항공사 직원들은 “칵핏(비행기 조종석)에서 흡연을 ‘카더라’로 많이 알고 있는데 현실이다. 조종사들은 담배 피우면서 승객들에게는 피우지 말라고 한다”, “우리나라 항공사 기장들 조종실에서 담배 엄청 피워댄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고 한다. 박 의원 쪽은 “올해 항공사에서 자체 적발된 사례는 2건이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항공사에 적발을 강제하기 어렵고 조종사의 경각심도 약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항공 종사자의 기내 흡연이 항공 안전에 위협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국적 항공사 에어차이나 소속의 부조종사가 조종실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려다 담배 연기가 객실 내로 번지지 못하도록 공기순환 밸브를 잠그려던 것이 공기조절 밸브를 잠가 객실 내 산소공급이 부족해진 일이 있었던 만큼, 법으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항공 종사자 및 객실승무원의 기내 흡연을 금지하고 항공운송사업자의 기내 흡연 방지 의무를 신설하는 내용의 항공안전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박 의원은 “항공 종사자의 운항 중 기내 흡연은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흡연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시에 자격 정지 또는 벌칙을 내릴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신설하고 항공운송사업자도 항공 종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내 흡연 방지 규정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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