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 등 한진그룹 총수일가가 고 조양호 전 회장이 보유한 ㈜한진 상속지분을 모두 지에스(GS)홈쇼핑에 매각하기로 했다. 고 조 회장의 지분 상속 비율을 두고 갈등을 빚은 총수일가가 상속계획을 정리하고, 상속세 마련 절차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에스홈쇼핑은 23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고 조 회장이 보유했던 한진 지분 6.87%(82만2729주)를 24일 매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에스홈쇼핑에 따르면, 지분 매각 금액은 250억원가량으로 블록딜 형태로 거래된다. 지에스홈쇼핑은 “이번 투자는 급변하는 배송 환경에 한층 더 능동적으로 대응해 나가기 위해 이루어진 것”이라며 “한진은 물류 관련 광범위한 사업영역과 인프라를 가지고 있어 투자에 적합하며, 지에스홈쇼핑이 한층 더 높은 배송을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높은 단계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현재 한진은 지에스홈쇼핑 배송물량의 약 70%를 담당하고 있다.
한진 총수일가가 고 조 회장의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상속을 두고 갈등을 빚어온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의견 합치를 보고 상속세 마련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행법상 상속세 신고는 사망 6개월 안에 국세청에 해야 하는데, 한진그룹 총수일가는 이달말까지 상속세 신고를 해야 한다. 한진그룹 총수일가는 고 조 회장이 보유한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분 17.84%를 가족이 각각 어떻게 상속할지를 두고 이견을 보여왔다. 현재는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지분이 2.34%, 조현아 전 부사장은 2.31%, 조현민 전무는 2.30%로 거의 차이가 없다.
한진그룹 총수일가는 앞으로 상속세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 총수일가가 내야 할 상속세 규모는 최대 2800억원으로 추산된다. 상속세가 2000억원이 넘을 경우 5년간 나눠서 6번에 걸쳐 내는 연부연납이 가능하나 만만찮은 규모다. 23일 총수일가가 고 조 회장이 보유한 한진 지분을 지에스홈쇼핑에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도 상속세 자금 마련일 가능성이 크다. 연부연납할 경우에도 당장 최소 400억~500억원가량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에스그룹 총수일가가 한진 일가의 상속세 ‘백기사’로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대한항공과 한진은 각각 지에스홈쇼핑 지분 4.50%와 3.50%를 보유하고 있고, 허태수 지에스홈쇼핑 부회장의 형 허창수 지에스그룹 회장은 고 조양호 회장과 각별한 사이였다고 알려져 있다. 허창수 회장은 고 조 회장의 장례식 때 추도사를 맡기도 했다.
신민정 현소은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