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인 에이치디씨(HDC)현대산업개발이 금호산업에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금호산업이 자사가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31.05%) 가격 인상에만 집중하면서, 전체적인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탓이다. 현대산업개발은 구주 가격으로 “3000억원 초반 이상은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27일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6일 금호산업에 ‘주식매매계약 관련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해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정통한 한 금융 관계자는 “주식매매계약 체결 협상을 할 때 구주 가격 이외에도 협상해야 할 다른 계약조건들이 많은데, 금호산업이 구주 가격 인상에만 관심이 큰 것으로 안다”며 “협상에 차질이 빚어지자 현대산업개발이 금호산업에 다른 사항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협상을 촉구하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금호산업은 현대산업개발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 전부터 구주 가격 인상을 꾸준히 요구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2일 아시아나항공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본입찰에서 2조5천억원 가까이 써냈는데, 이 중 구주 가격으로 3000억원 초반대를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본입찰일이었던 지난 7일 종가(5600원) 기준으로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 시장가치가 3847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산업개발이 제시한 가격은 본입찰일 기준으로 시가보다 낮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 더 높은 수준의 액수를 원했던 금호그룹에는 만족스럽지 못한 금액일 수 있으나, 업계 일각에서는 “3000억원대의 구주 가격도 낮은 게 아니다”는 반응이다. 매각 발표(4월16일) 전 3500원대였던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매각 발표 뒤 50% 가까이 뛰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기준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연결기준 자본총계는 1조2096억원, 부채는 9조7680억원이고 부채비율은 808%나 된다. 또 다른 인수후보자였던 애경그룹-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도 이런 제반 사정 등을 고려해 구주 가격으로 3000억원대를 적어낸 것으로 파악됐다.
금호산업의 요구가 관철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채권단은 올해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실패하면 지난 4월 인수한 5천억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고 매각 주도권을 가져가겠다고 밝힌 바 있어, 금호산업이 매각 주도권을 유지하려면 올해 안에 매각을 마무리해야 한다. 앞서 금호산업도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하며 “올해 안에 주식매매계약 체결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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