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네덜란드·스웨덴 등 북유럽 복지 선진국의 노동 유연안정성 정책은 높은 실업급여와 튼튼한 노조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3일 한국산업기술대 이상희 교수에게 의뢰한 ‘주요국의 노동시장 유연안정성 국제 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덴마크, 네덜란드, 스웨덴 3국의 노동시장 유연안정성 모델을 비교했는데 세 나라 모두 이전 소득의 70~90%가 보장되는 실업급여 제도가 있었고 높은 조직률에 기반한 노동조합이 존재했다. 높은 수준의 실업급여 같은 안전한 ‘사회보장 제도’가 있었기에 비정규직 확대 등 유연한 노동 시장에서도 노동자들이 불안하지 않을 수 있었던 셈이다. 여기에 기업의 구조조정이나 임금 체계 개편이 필요할 때 힘 있는 노조가 협상 파트너로서 정책 조율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 또한 노동시장 유연안정성 모델이 성공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이러한 북유럽 모델은 한국에서 벤치마킹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보고서는 “유럽 모델을 적용하는 데 필요한 공통 조건으로서 노동조합의 강력한 파트너십도 없고 유연성을 커버할 수 있는 관대한 실업급여 재원도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또한 한국 노동시장이 대기업·정규직·유노조 부문과 중소기업·비정규직·무노조 부문으로 양분되어 있으며, 이 가운데 대기업 부문은 해고의 불안에서 벗어나 있고 임금도 높지만 다른 쪽은 그렇지 못 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근거로 대기업·정규직·유노조 부문의 근속연수는 13.7년이지만 중소기업·비정규직·무노조 부문은 2.3년으로 나타나는 등 대기업 부문 근속연수가 약 6배 길다는 점을 제시했다. 한 달 월급 평균도 각각 424만원과 152만원으로 약 2.8배에 달해 격차가 컸다.
이상희 교수는 “그간 한국에서는 노동 개혁의 일환으로 해고 완화와 같은 노동법 개정에 집중해왔지만 이는 사실상 한국 노동 환경과 노사 관계 속에서는 거의 불가능해 유연안정성 정책의 적절한 수단으로 삼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안으로 호봉이 올라가면서 월급도 뒤따라 오르는 ‘연공 임금’ 대신 직무 가치 등을 기준으로 하는 직무급 임금체계 개편 방식의 임금 유연성 제도를 제안했다. 이 교수는 “향후 대기업·공기업 노사 주체의 꾸준한 협력에 의해 직무급 임금체계가 구축되도록 해야 임금과 고용이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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