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던 롯데쇼핑이 지난해 4분기(10~12월)에 1조원이 넘는 순손실을 냈다. 시장은 ‘어닝 쇼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시장 예측을 크게 밑도는 실적을 낸 롯데쇼핑은 백화점, 마트, 슈퍼 등 전국 700여개 점포 중 30%를 정리하는 고강도 구조조정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례 없는 대규모 점포정리에 향후 인력 구조조정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연결기준 연 매출이 전년 대비 1.1% 감소한 17조6328억원, 영업이익은 28.3% 빠진 4279억원이라고 13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8536억원으로 4650억원이었던 지난해보다 4천억원가량 적자 폭이 늘었다. 4분기(10~12월)로 좁혀보면, 영업이익은 반 토막 나고 법인세 비용 등을 고려한 순손실 규모는 1조원이 넘었다. 이 기간 매출은 4조3248억원(-1.7%), 영업이익은 436억원(-51.8%)에 머물렀다. 증권 분석가들이 지난 한 달 동안 내놓은 이 회사의 영업이익 예상치(1572억원~1786억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전년(4492억원)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1조164억원이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변경된 회계기준에 따라 지난해 9335억원 규모의 손상차손을 인식하면서 적자 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형마트, 슈퍼 등 백화점을 제외한 오프라인 점포가 역성장하면서 실적 악화의 원인을 회계기준 변경으로만 돌릴 수 없게 됐다. 지난해 백화점은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22.3% 증가한 5190억원을 냈지만, 마트(250억원), 슈퍼(1040억원) 등 기타 부문도 1930억원의 적자를 냈다. 마트의 경우 이커머스 등 전자상거래의 영향이 커지며 기존점 매출이 부진했고 슈퍼도 점포 폐점과 휴점으로 매출이 감소하며 영업이익도 함께 줄어든 결과다.
이에 롯데쇼핑은 오프라인 점포 중 30%를 정리하는 전례 없는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롯데쇼핑은 이날 실적발표 뒤 운영전략을 발표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수익성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운영전략의 뼈대는 백화점·마트·슈퍼·롭스 등 전국 700여개 점포 중 30%에 해당하는 200여개 점포를 정리하는 것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적자인 점포를 먼저 줄일 것”이라며 “3~5년에 걸쳐 정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매장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인력 구조조정도 뒤따를 가능성이 커졌으나, 롯데쇼핑은 “인력 감축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밖에 롯데쇼핑은 매장 개편 때 기존의 운영방식에서 벗어난 방식을 시도하고,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도 밝혔다. 매장을 바꿀 때 업태에 따라 나누지 않고 경쟁력이 낮은 중소형 백화점의 식품 매장은 신선식품 경쟁력이 있는 슈퍼로 바꾸고, 마트의 패션 구역을 백화점 패션 바이어가 기획하는 식이라고 한다. 3900만명의 고객 자료를 통해 상품정보 등 맞춤형 서비스도 강화한다고 했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고 최대한 빠른시간 내에 구체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현재 롯데쇼핑의 최우선 과제”라고 했다.
신민정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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