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한진그룹 제공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케이씨지아이(KCGI)·반도건설 등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이하 3자 연합)이 내세운
사내이사 후보 중 한명인 김치훈 전 대한항공 런던지점장이 돌연 이사 후보에서 사퇴했다. 김 후보는 ‘3자 연합의 주주제안에 동의하지 않으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지지한다’는 취지로 사내이사 후보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3자 연합은 “명분을 충분히 설명했고 동의를 얻어 이사 후보로 추천한 것”이라고 말해, 김 후보 사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한진그룹은 “김치훈씨는 지난 17일 한진칼 대표이사 앞으로 보낸 서신을 통해 ‘3자 연합이 추천하는 사내이사 후보에서 사퇴하겠다’고 알려왔다”며 김 후보자의 사퇴 소식을 알렸다. 한진그룹은 “(김 후보자가) ‘3자 연합이 주장하는 주주제안에 동의하지 않으며, 본인의 순수한 의도와 너무 다르게 일이 진행되고 있음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동료 후배들로 구성된 현 경영진을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한진그룹과 3자 연합의 설명을 종합하면, 김 후보자는 한진그룹에 이사 후보직 사퇴 의사를 먼저 밝힌 후 그 다음날 자신을 이사 후보로 추천한 3자 연합에 건강 문제를 들어 사퇴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3자 연합은 “김치훈 후보자에게 저희 명분과 취지를 충분히 설명한 후 본인 동의를 얻어 이사 후보로 추천했다”며 “오늘(18일) 새벽 심각한 건강상 이유로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알려왔고, 저희는 김 후보자에게 이런 일이 발생한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3자 연합이 추천한 후보들에 대한 한진그룹 안팎의 평가가 좋지 않아 김 후보자가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 후보자는 대한항공에서 호텔사업팀장, 런던지점장 등을 역임한 뒤 지난 2006년 계열사인 한국공항에 상무보로 전보해 제주 사업 담당, 세탁서비스 담당, 지상조업본부장 등을 거쳐 2013년 상무로 퇴사했다. 김 후보자는 호텔 사업 등을 맡으며 조현아 전 부사장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4일 대한항공 노조는 3자 연합이 추천한 이사진에 대해 “전문 경영인으로 내세운 인물은 항공산업의 기본도 모르는 문외한이거나 3자의 꼭두각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조 전 부사장의 수족들”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한 재계 인사는 “사내이사직 추천을 수용할 때엔 3자 연합과 뜻을 같이했을 텐데, 회사 안팎의 여론이 좋지 않아 상당한 압박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며 “한진그룹의 사퇴 설득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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