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오른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맞서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이하 주주연합)에 참여하고 있는 반도건설이 오는 27일 열릴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지분 5%에 해당하는 의결권만 행사하게 됐다. 법원이 반도건설에 대해 공시 의무를 누락했다며 5% 초과 지분에 대한 의결권은 제한하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조 회장 쪽 지분(33.45%)과 주주연합 지분(28.78%) 격차는 4%포인트 내외로 늘어, 조 회장 쪽이 보다 유리해졌다.
24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재판장 이승련)는 반도건설 쪽이 한진칼을 상대로 낸 의결권행사허용가처분 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반도건설이 주식 보유 목적을 허위로 공시했다고 보고, 자본시장법에 따라 5%의 의결권만 행사하도록 제한하려 한 한진칼의 조처가 맞는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반도건설이 주식 보유 목적을 ‘경영 참가’로 공시하기 전부터 경영 참여 목적이 있었음에도 변경 공시를 누락했다고 판단했다. 자본시장법은 상장법인의 주식을 5% 이상 취득한 이는 지분이 1%포인트 이상 변동될 때마다 보유 지분과 주식 보유 목적이 ‘단순 투자’인지 ‘경영 참가’인지를 밝히게 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투자자에게 중요한 정보이기 때문에 투자자의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돕는다는 취지다. 반도건설은 지난해 10월 한진칼 지분 5.06%를 취득하면서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라고 밝혔고, 주주명부 폐쇄일(12월26일) 기준 8.2% 지분을 확보한 뒤 지난 1월10일에야 보유 목적을 경영 참가로 변경 공시했다.
재판부는 반도건설이 적어도 지난해 12월16일부터 경영에 참여할 목적이 있었다고 봤다. 결정문을 보면,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은 지난해 12월10일 조원태 회장을 만나 조 회장 쪽에 서는 대가로 권 회장에게 명예회장 직함을 줄 것, 권 회장 쪽의 추천인이 한진칼 등기이사에 선임되도록 할 것을 요구했고, 16일에도 조 회장을 만나 재차 비슷한 요구를 했다. 이에 대해 반도건설은 “단순한 의견을 전달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재판부는 “임원의 선임·해임에 관한 영향력 행사 목적은 경영 참가 목적으로 규정돼 있고, 채권자(반도건설)가 채무자(한진칼)의 주식을 매수한 후 임원 선임에 관해 구체적인 요구를 한 것을 영향력 행사 목적이 배제된 단순 의견 전달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반도건설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조 회장 쪽과 주주연합의 의결권 있는 지분 차이는 당초 1%포인트대 수준에서 4%포인트 내외로 커졌다. 조 회장 쪽 지분은 조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22.45%)과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10%) 등 32.45%이고, 주주연합은 반도건설의 의결권이 5%로 제한됨에 따라 31.98%에서 28.78%로 줄었다. 지분 1%가 중요한 상황에서 조 회장이 우위에 서게 된 것이다. 조 회장에 우호적인 대한항공 자가보험(2.47%), 사우회(1.23%)와 주주연합에 힘을 싣기로 한 한진칼 소액주주연대(1.5%) 등을 더하면 조 회장 쪽과 주주연합 쪽의 지분 격차는 조 회장 쪽이 6%포인트 이상 앞선다. 한편 이날 법원은 자가보험·사우회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달라는 케이씨지아이(KCGI)의 가처분 신청 대해서도 기각 결정을 내렸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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