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로 국내 주요 기업 주가가 폭락한 가운데 일부 기업 경영진과 임원들이 회사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 들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이날 89억원어치의 현대차 주식 6만5천여주와 현대모비스 주식 3만4천주가량을 사들였다. 정 수석부회장은 전날엔 190억원 상당의 현대차와 모비스 주식을 동시에 사들인 바 있다.
엘에스(LS)그룹을 이끌고 있는 구자열 회장 친인척도 엘에스지주회사 주식을 최근 열흘 새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 회장의 아들인 구동휘 전무가 1만6500주, 구 회장의 사촌동생 구자은 엘에스엠트론 회장도 2만5천주가량 매입했다. 허태수 지에스(GS)그룹 회장은 지에스 지주회사 주식을 8만5608주를 매수하는 등 허창수 전 회장의 특수관계자들은 이달 5일 이후 보름 만에 모두 69만1120주를 사들였다. 이들 세 기업은 모두 코로나19로 지난 1월초 대비 주가가 30% 이상 하락했다.
경영진 뿐만 아니라 임원진들도 주식 매입 행렬에 참여하고 있다. 현대차와 포스코, 롯데정보통신, 에스케이(SK)텔레콤, 한화의 상무급 이상 임원들이 지난 한 달 간 적게는 100주, 많게는 5000주씩 회사 주식을 사 들였다. 1인당 수천만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특히 에스케이(SK)텔레콤은 3개월 새 주가가 30% 가까이 떨어졌음에도 임원 30여명이 주식을 사 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나 최고경영진의 주식 매입은 책임경영 강화와 주가 하락 방어, 승계 관련 지분 확보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영진이 주식을 사 들이면 개인과 기업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경영 책임이 강화되는 효과가 있다. 주가가 하락세일 때 승계 목적으로 주식을 매입하려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고 봤다.
반면 임원들의 주식 매입은 ‘개인 재테크’와 ‘충성경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회사 주식이 저평가됐다 생각해 개인 재산 증식 차원에서 투자하는 이들도 있다. 또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주식을 공개적으로 사 들여 충성심을 드러내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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