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전례 없는 불황에 빠지자 에이치디씨(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우려 속에 에이치디씨가 인수를 포기할 거란 소문도 나오지만,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무산되면 아시아나항공과 채권단 등이 입는 손해가 막심한 만큼, 어떻게 해서든 최종 매각은 성사될 거란 전망이 현재까지는 우세하다.
6일 아시아나 매각 관련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에이치디씨의 인수 포기설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올해 더 나빠질 아시아나항공의 실적과 주가 때문이다.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증권가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예상 실적을 줄줄이 낮춰잡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12월 예상한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실적은 매출 7조2610억원, 영업이익 1080억원이었는데, 지난달 19일 내놓은 예상 실적은 매출 6조2290억원, 영업손실 2810억원으로 대폭 내려잡았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에는 사실상 국제선 여객 영업이 멈춰선 상황이라 손실 규모가 얼마나 커질지 예측하기 힘들다. 최악의 경우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주가가 급락한 것도 문제다. 에이치디씨는 지난해 12월27일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0.77%를 주당 약 4700원으로 매겨 3229억원에 인수하기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당시 주가(5430원)에 견주면 600원 이상 낮은 가격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유행 국면 이후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추세적으로 하락하면서 이달 3일 종가 기준 주당 3215원으로 주저앉았다. 에이치디씨 입장에선 현재 시장 가치보다 32%가량 더 높은 가격에 아시아나를 인수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무산되면 채권단,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모두 손해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매매 계약 조건 변경 과정을 거치더라도 매각이 성사되는 쪽으로 이어질 거란 분석이 나온다. 우선 채권단은 이번 인수전이 무산되면 새로운 인수 후보자를 물색하기 쉽지 않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경영학부)는 “에이치디씨가 자금력이 풍부하고 아시아나항공과의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수자로 선정됐는데, 그런 에이치디씨가 포기하게 되면 채권단으로서는 다른 인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경영학부)도 “자칫 매각이 무산되면 과거 대우조선해양 우선협상대상자인 한화가 인수를 포기했을 때처럼 산은이 아시아나항공을 떠안아야 하는 최악의 경우로 가게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자금 수혈이 시급한 아시아나항공과 금호그룹도 난감해지긴 마찬가지다. 금호그룹은 매각 대금을 받아 금호산업의 재무구조 개선에 쓸 계획이었다. 금호그룹 쪽은 “코로나 때문에 (인수 일정이 미뤄져) 신주 매입을 위한 유상증자와 구주 대금 납입이 동시에 진행될 예정”이라며 “당초 4월 말로 예상했으나 언제가 될지 알 수 없다. 코로나 때문에 기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빨리 받으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부채비율 1387%임에도 유상증자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무보증사채 신용등급(BBB-) 상향검토 대상에 올랐는데 매각이 무산되면 신용등급이 떨어질 여지도 커진다. 한 신평사 연구원은 “에이치디씨에 인수가 되면 재무구조 개선 가능성이 있으니 상향검토 대상에 오른 것”이라며 자칫 매각이 무산될 경우 등급 하향의 가능성도 있을 수 있음을 내비쳤다.
인수자인 에이치디씨 쪽도 셈법은 복잡하다. 인수 포기를 할 때 계약금 2500억원의 상당 부분을 떼이게 될 수 있다. 물론 모빌리티 기업으로서의 변화라는 에이치디씨의 정몽규 회장의 장기 로드맵도 무너진다. 다만 이번 인수에 재무투자자(FI)로서 인수대금 중 5천억원 가량을 내기로 한 미래에셋 쪽은 계약금은 한 푼도 내지 않은 터라 이번 계약이 파기되더라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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