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택배사업자인 씨제이(CJ)대한통운 기준으로, 국내에서 지난해 가장 많은 택배 물량이 오간 지역은 경기도 화성시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사람당 평균 29차례 이용했고, 가장 많이 배송된 물량은 식품이었다.
■ 택배 상자 연결하면 지구 11바퀴 반
5일 씨제이대한통운이 지난해 자사 물류 빅데이터를 분석해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국내에서 씨제이대한통운 택배를 총 13억2천개 이상 주고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15살 이상 국민 1인당 연평균 29개의 택배 서비스를 이용한 셈이다. 택배 상자 1개 크기를 35㎝로 잡아 일렬로 세워보면 총 길이가 46만㎞에 이른다. 씨제이대한통운은 “서울에서 부산을 569회 왕복할 수 있는 거리이고 지구를 11.5바퀴 돌 수 있으며 지구에서 달 표면까지 닿고도 남는 거리”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택배 서비스를 가장 많이 이용한 지역(기초자치단체)은 경기도 화성시로, 2368만7천개의 물량이 이곳을 오갔다. 2위는 서울시 강남구(2114만2천개), 3위는 경기도 부천시(1992만9천개)였다. 택배 물량 상위 10위까지 지역은 경기도 5개·서울 4개·인천 1개 등 모두 수도권이 차지했는데, 화성시 인구는 약 83만2천명(4월 기준)으로 상위 10개 시·구 중 가장 많았다. 한편 독도에는 40여건이, 국내 최남단인 마라도에는 100건의 택배가 오갔다.
■ 즉석밥 70% 증가, 패션은 무채색 ‘대세’
품목별로는 식품(22%), 패션의류(20%), 생활건강(18%) 등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품목들의 비중이 높았다. 특히 식품군에서는 간편식의 비중이 24%로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 즉석밥은 전년 대비 택배 물량이 70%나 증가해 눈길을 끌었다. 냉동식품은 23%, 에어프라이어 물량도 15% 늘어나, 간편하게 집에서 음식을 해먹는 흐름이 뚜렷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패션 물량 중에서는 검은색(38%)·흰색(15%)·회색(9%) 등 무채색이 전체의 62%를 차지했다. 다만 지난 한 해 물량 증가 폭이 가장 컸던 색상은 네온 색(형광)으로 전년 대비 154%나 증가했다. 주황색(107%)이 뒤를 이었다. 회사 쪽은 “1980년대 패션을 연상시키는 네온과 주황색은 뉴트로 패션 트렌드의 영향을 받아 올해에도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카메라 고정 장치인 짐벌(150%), 영상장비(51%) 등 개인방송 장비 물동량이 전년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도 눈에 띈다. 유튜브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를 지망하는 이들이 늘어난 흐름과도 관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방탄소년단 굿즈도 전년 대비 321% 늘었고, 반려동물용품도 전년 대비 22% 증가했다. 강아지 용품 비중은 서울 강남구(60%)와 송파구(59%)에서, 고양이 용품 비중은 서울 관악구(52%)와 마포구(50%)에서 높았다.
■ 택배업계 빅데이터 활용 늘어나나
국내 택배시장 점유율 47%를 차지하는 씨제이대한통운이 처음으로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앞으로 택배 업계가 물류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택배 송장에는 수·발신지, 물품정보 등 모든 정보가 담겨 있어 이를 활용하면 물류 작업 효율화뿐 아니라 소비 흐름을 파악해 ‘예측 물류’도 가능해진다. 빅데이터가 택배업계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셈이다. 씨제이대한통운 관계자는 “미래의 트렌드를 예측하고 홈쇼핑, 이커머스 등 유통업계 판매 및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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