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의 점포 구조조정 계획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올해 최소 1만7천여개의 일자리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 외 다른 업체들도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터라 일자리 충격은 물론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으리라는 우려도 나온다.
롯데쇼핑은 지난 15일 1분기 실적 발표 후 연 콘퍼런스콜에서 백화점 5곳, 할인점 16곳, 슈퍼 75곳, 롭스 25곳 등 올해 안에 700여개 점포 중 121개 매장을 폐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올해 초 밝힌 3년간 폐점 계획(200곳)의 60%를 당장 올해 안에 실행한다는 뜻이다.
위협받는 일자리는 1만7천여개로 추산된다. 2017년 롯데그룹이 밝힌 점포 유형별 종사자수(협력사 포함)를 보면, 백화점은 점포당 2천~5천명, 마트 400~500명, 슈퍼는 15~20명, 롭스는 3~4명이다. 이를 토대로 폐점 계획에 따라 조정될 일자리는 최소 1만7600개다.
롯데 쪽은 폐점을 하더라도 ‘총 고용 규모(협력사 포함)’는 유지한다고 밝히고 있다. 폐점 점포 인력을 인근 점포로 재배치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그러나 현실은 이런 방침과 꽤나 거리가 있어 보인다. 재배치된 점포가 멀어 사실상 자발적·비자발적 퇴직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마트산업노동조합 롯데마트지부 설명을 들어보면, 이달 말 폐점 예정인 롯데마트 양주점 직원들은 인근의 의정부점 등이 아닌 서울역점·청량리점·김포한강신도시점·은평점 등으로 발령받았다. 점포 간 대중교통 기준 편도 1시간15분~2시간 반가량 걸리는 곳이다. 빅마켓 신영통점 사원들도 45분~2시간가량 걸리는 신갈점·의왕점·송도점·서초점 등에 발령을 받았다.
이에 대해 롯데쇼핑은 “마트의 경우 반경 40㎞ 인근 점포 발령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며 “인근 점포에 공석이 없을 경우 좀더 먼 곳으로 발령을 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임금 수준이 높지 않은 협력사 직원들의 경우 장거리 출퇴근을 감내하기보다는 대체 일자리를 찾아 나설 유인이 큰 셈이다.
전문가들은 오프라인 유통업의 쇠락세가 가팔라지면서 소매유통업 일자리 문제가 지역경제의 잠재적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백화점이나 마트, 슈퍼의 폐점은 지역 경제권의 쇠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지난 2017년 한국은행 충북본부가 대형유통점과 지역경제의 연관성을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대형유통업체가 들어서면서 2011~2014년 충북지역 고용인원은 연평균 8.9% 증가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대형마트의 경우 직원 절반 이상은 인근 지역에 산다. (유통업 구조조정에 따라) 이들이 일자리를 잃으면 지역 내 소비와 영세 자영업자들의 매출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고 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 전반의 구조조정이 도미노처럼 벌어지는 과정에 나타날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정부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마트는 올해 삐에로쇼핑·부츠 등 전문점을 폐점했고, 홈플러스도 마트 직원들을 기업형 슈퍼(SSM) 등으로 전환 배치하고 있다. 김 부소장은 “시장 포화와 변화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5년 이내에 유통업계에 지각변동이 있을 거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박정수 산업연구원 서비스산업연구본부장은 “코로나19 이후 산업 전반이 비대면 서비스로 갈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생길 일자리 문제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민관도 대응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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