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인천공항에서 미국 시카고로 향하는 여객기 KE037편에 기내 좌석에 ‘카고 시트백’(Cargo Seat Bag)을 장착한 화물이 실려있다. 이날 대한항공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기내 좌석에 화물을 앉혀 나르기 시작했다.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기내 좌석에 화물을 앉혀 나르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기내에 여객을 채울 수 없는 대신 최근 운임이 급등하며 호조세를 보이는 화물 운송을 최대한 늘린다는 차원이다.
11일 대한항공은 이날 오전 10시40분 인천공항을 출발해 미국 시카고로 향하는 여객기 KE037편에 처음으로 카고 시트백(Cargo Seat Bag)을 장착했다고 밝혔다. 카고 시트백은 기내 좌석에 짐을 실을 수 있도록 특별 포장된 별도의 가방을 말한다. 여객기 B777-300 1대에 최대 67개의 카고 시트백을 실을 수 있어, 대한항공은 최근 여객기 2대 분량의 카고 시트백을 마련했다. 카고 시트백은 1개당 225㎏가량의 화물을 담을 수 있다.
지난달부터 여객기 객실 내 천장 수하물칸(오버헤드빈)을 수차례 활용한 적은 있지만 기내 좌석 공간을 활용한 것은 이번이 국내 항공사 중에서는 처음이다. 보통 화물기나 여객기 화물칸은 화물을 싣고 내리는데 자동화된 시스템을 이용하지만, 이번에 처음 시도한 여객기 화물 운송은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여객기에 화물을 싣는데 약 3시간 걸린다”고 설명했다.
11일 인천공항에서 미국 시카고로 향하는 여객기 KE037편에 대한항공 직원들이 기내 좌석에 ‘카고 시트백’(Cargo Seat Bag)을 장착한 화물을 싣고 있다. 이날 대한항공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기내 좌석에 화물을 앉혀 나르기 시작했다. 대한항공 직원연대 제공.
국토교통부는 그동안 화재 등 안전상의 이유로 여객기 화물칸과 기내 오버헤드빈 외에는 화물을 실을 수 없도록 했지만, 항공사의 요청이 잇따르자 좌석의 고정 장치와 특별 포장 등을 조건으로 기내 화물 운송을 한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정상적인 여객기 운항이 어려워지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상대적으로 화물 운송에 집중했다. 대부분의 국제선 여객기가 멈춰 공급이 줄자, 화물기가 있는 양대 항공사가 반사이익을 누리기도 했다. 평소에는 항공 화물 운송의 약 50%를 여객기가 맡아온 탓이다.
지난 5월 대한항공은 화물 운송량을 전년 대비 13.5% 늘렸다. 항공화물 운임지수인 ‘티에이시(TAC) 지수’를 보면, 홍콩~북미 노선 항공화물운임은 지난 1월만 하더라도 1㎏당 3.1달러에 불과했지만, 이달 들어선 6.7달러로 가격이 뛰었다. 지난해 2배에 이르는 높은 운임이다. 증권가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운송 호조로
흑자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