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상법 시행령이 개정된 뒤 사외이사의 재직기간이 최대 6년으로 제한됐지만 올해 주주총회에서 실제로 퇴임한 장기재직(6년 초과) 사외이사는 전체 대상자의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재직을 유지하고 있는 일부 사외이사 가운데는 정관 개정 등 ‘꼼수’를 동원해 사외이사의 재직기간을 억지로 늘린 사례도 발견됐다.
경제개혁연구소가 15일 발표한 ‘사외이사 장기재직 현황과 재직기간 제한정책의 실효성 분석’ 결과를 보면, 올해 3월 주주총회 시점 기준으로 782명의 장기재직 사외이사 가운데 실제 퇴임한 사외이사는 50% 수준인 390명에 그쳤다. 개정 시행령이 올해 주주총회에서 선임되는 사외이사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아직 임기 만료일이 돌아오지 않은 장기재직 사외이사는 사임할 필요가 없어서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우찬 경제개혁연구소장(고려대 교수·경영학)은 “시행령 개정에 따른 사외이사 구인란은 기우였던 셈”이라고 말했다.
올해 3월 임기 만료로 퇴임해야하지만, ‘꼼수’를 통해 연임한 사외이사도 여럿 있었다. 차량용 블랙박스 제조사 유비벨록스의 경우 2명의 사외이사가 퇴임해야 했지만 퇴임 대상자를 사외이사로 다시 추천해 ‘자동 부결’시키는 방식으로 장기재직을 이어갔다. 새로 선임된 이사가 취임할 때까지 퇴임한 이사가 권리의무를 유지하기 때문에 임기가 연장된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게임개발업체인 액토즈소프트도 같은 방식으로 퇴임해야 할 장기재직 사외이사 1명이 연임됐다. 이 외에도 정관에 명시된 임원 임기를 최대 허용 기간인 3년으로 변경해 기존 장기재직 사외이사의 임기를 연장한 사례도 있었다.
보고서는 사외이사 재직기간이 긴 회사일수록 제한 조치 이후 주가가 더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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