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이 에이치디씨(HDC)현대산업개발(현산)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을 종결하자고 내용증명을 보내며 촉구했다. 현산 쪽은 “선행조건이 모두 이행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선행조건 이행 여부에 대한 양쪽의 해석차로, 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은 이날 오후 현산에 “해외 기업결합심사 등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서에 거론된 주요 선행조건이 마무리됐으니 거래를 종결하자”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냈다. 두 회사가 지난해 12월 맺은 주식매매계약(SPA)상 금호산업과 현산은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로부터 10일이 경과한 날까지 유상증자 및 구주매매계약을 마무리지어야 한다. 금호산업과 산업은행 모두 지난 2일 러시아 기업결합심사 승인이 나옴에 따라, 지난 12일을 거래 종결일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3일 현산 쪽은 러시아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발표하면서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의 진술과 보장이 진실돼야 하며, 확약과 의무가 모두 이행되는 등 다른 선행조건이 동시에 충족돼야 거래 종결 의무가 발생한다”고 강조하며, 기업결합심사 승인만으로 거래를 종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현산의 입장과 관련해 금호산업은 기업결합심사가 끝났음에도 현산이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날 산업은행 쪽은 “주식매매계약의 당사자는 금호산업과 현산”이라며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선 특별히 의견을 갖지 않고 있다”고 한발 빼는 모양새를 취했다.
현산은 구체적으로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의 진술·보장’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 설명하지 않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급증한 부채 등 주요 재무지표와 관련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8일 현산은 보도자료를 내고 “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인수에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인수 가치를 현저히 훼손하는 여러 상황들이 명백히 발생되고 확인된 바 있다”며 인수 조건 재협상을 요구한 바 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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