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 씨제이(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가 배송물량을 줄이려고 할 때 집배점에 정식으로 요청해 협의할 수 있는 ‘물량축소 요청제’를 제도화한다고 밝혔지만, 정작 택배기사들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현실적으로 물량축소 조정도 어려울 뿐더러 수수료나 분류 작업 개선 등에는 회사가 희생하지 않고, 택배기사들의 수입 감소로만 이어질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았다는 게 이유다.
씨제이대한통운은 지금껏 택배기사가 집배점과 구두로 협의해 온 ‘물량축소 요청제’를 표준계약서에 반영하기로 했다고 28일 밝혔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배송물량이 급증하고 택배기사들의 장시간 노동이 과로사로 이어지자 내놓은 대책이다. 이에 따라 택배기사가 집배점에 배송물량축소를 요청하면, 집배점은 택배기사와 인접 구역 등의 상황을 고려해 협의를 거쳐야 한다. 택배기사 입장에선 많은 수입을 원할 경우 현재 물량을 유지하면 되고, 업무시간을 줄이고 싶으면 배송물량 축소를 요청하면 된다는 게 씨제이대한통운 쪽 설명이다.
현장에서는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의 김세규 교육선전국장은 “‘인접구역 등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협의한다’는 절차는 기존에도 있었는데 인력 문제 등으로 쉽지 않았다”며 “기존 현장 갑을 관계 속에서 택배기사들은 시키는대로 할 수밖에 없는 게 대부분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장시간 노동의 핵심은 배송 이전에 이뤄지는 분류 작업 문제인데 여기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는다”며 “수수료 인상 없이 당장 배송물량을 축소하면 임금만 줄어드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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