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재실사 수락이 먼저’라는 입장을 고수해 온 에이치디씨(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매도인인 금호산업과 대면 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다만 현산은 대면 협상의 목적을 ‘재실사’라는 점을 명확히 해, 이를 금호산업이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이미 충분한 실사가 이뤄졌다며 현산의 재실사 요구를 사실상 거절한 상태여서다.
현산은 9일 보도자료를 내고 “금호산업이 인수상황 재점검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지금부터라도 인수인과 매도인이 만나 협의를 조속히 진행하자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라며 금호산업의 대면 협상 제안을 수락했다. 현산은 “이를 위해 양사 대표이사 간의 재실사를 위한 대면 협상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현산은 협상 일정과 장소 등 구체적인 사항에 관해서는 금호산업의 제안을 최대한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금호산업은 지난 7일에도 보도자료를 내고 현산 쪽에 “이제 좀 만나서 협의하자”며 대면 협상을 촉구해왔다. 인수의지가 있다고 밝히면서도 대면 협상에 응하지 않고 보도자료나 공문만 전달하는 것은 인수의 진정성에 의심이 든다는 것이다. 현산은 지난 6일까지만 하더라도 “재실사는 구두나 대면이 아닌 서류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효율적이며, 재실사가 이루어진 다음 인수조건을 재협의하는 단계에는 대면 협상이 자연스러운 방식일 것”이라며 ‘선 대면 협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불과 사흘 만에 대면 협상을 먼저할 수 있다고 태도를 바꾼 셈이지만, 실제 대면 협상까지 이뤄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금호산업과 채권단 모두 재실사는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현산의 재실사 요구와 관련해 “전례 없을 정도로 과도하다”는 등의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내며 “인수가 전제된다면 인수 후 코로나로 인한 영업환경 분석이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대응책 마련 목적으로 제한된 범위 내에서 재실사하는 것에 대한 논의는 가능하다“고 밝혔다.
현산은 이날 “인수거래를 종결하고자 하는 의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며 “금호산업이 당사의 제안을 적극적인 자세로 받아들일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또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와 도약을 위해선 현산의 인수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금호산업이 재실사 협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다시 한번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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