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송현동 공원화 계획을 막아달라며 대한항공이 낸 고충민원과 관련해,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양쪽의 이견을 좁히는 ‘조정안’을 도출하는 것을 우선으로 가닥을 잡고 오는 20일 첫 ‘삼자대면’을 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으로선 일단 시간을 벌게 됐지만, 최종 조정안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결국 부지 매각가 수준에 대해 양쪽이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현재로선 1천억원 이상 차이를 보이고 있어서다.
13일 권익위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오는 20일 회의는 대한항공과 서울시 관계자가 참석해 각각의 입장을 듣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핵심은 공익과 사유재산권이 부딪치는 사안인 만큼 누가 옳고 그르다는 판단보다 서로의 간극을 조정·절충해 양쪽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윈윈(상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권익위 고충민원은 행정기관의 위법·부당한 처분 등으로 권리·이익이 침해됐다고 생각되는 국민이 제기하는 민원이다.
지난 6월11일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 매각 추진이 서울시의 일방적 문화공원 지정 추진, 강제수용 의사 표명 등에 따라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서울시의 행정절차 진행을 막아달라고 권익위에 민원을 낸 바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빚어진 자금난 탓에 올해 안에 송현동 땅을 팔아 현금을 확보할 계획이었는데 서울시의 공원화 계획으로 인해 땅을 산다고 나설 기업이 없어졌다는 이유였다. 앞서 지난 3월 송현동 땅의 공원화 계획을 밝힌 서울시는 지난 6월5일 부지보상비를 약 4671억원으로 책정하고 2021~2022년에 걸쳐 나눠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송현동 땅 가격은 최소 5천억원에서 6천억~7천억원까지 거론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매각 대금으로 최소 6천억원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익위의 조정 노력으로 대한항공은 시간을 벌어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시가 이달 말께 열릴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송현동 부지에 문화공원을 신설하는 지구단위계획변경안을 통과시키면, 더는 공원화 절차 진행을 막을 수 없는 처지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권익위 조사와 별개로 절차를 진행할 것이지만, 이달 중 송현동 부지 안건이 위원회에 상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와 대한항공의 입장 차이가 워낙 커 권익위가 조정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대한항공은 빨리, 높은 가격을 부르는 곳에 땅을 팔기 위해 서울시의 공원화 계획 절차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인 데 반해, 서울시는 공원화 계획 중단은 불가능하다고 못 박고 있어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세를 바탕으로 한 협의매입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있고, 납부방식도 방법을 찾기 위해선 대한항공의 구체적인 요청을 알아야 한다”면서 “대한항공이 만남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서 마치 시가 강제수용을 강행할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서울시가 (공원화 계획을) 다 정해놓은 뒤 응하는 것을 협상이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시 예산 확보와 집행에 대한 불확실성도 크다”고 반박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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