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 서비스 중간재 투입 분석
한국, 일본 물론 중국보다 뒤처져
부가가치 창출도 부진 GDP 9% 불과
미·유럽의 2007년 수준에도 못 미쳐
“물류·금융·법률·SW·컨설팅 등
품질 향상 공급능력 확충 시급”
한국, 일본 물론 중국보다 뒤처져
부가가치 창출도 부진 GDP 9% 불과
미·유럽의 2007년 수준에도 못 미쳐
“물류·금융·법률·SW·컨설팅 등
품질 향상 공급능력 확충 시급”
유통이나 물류, 금융, 법률, 컨설팅 등 제조업 생산·경영 활동과 연계된 서비스산업 분야의 발전이 매우 미약하다는 국제비교 분석이 나왔다. 특히 한국보다 산업 발전 수준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는 중국보다도 뒤처진 것으로 조사됐다. 제조업에서 나오는 최종 생산품의 상품 가치를 더 높이기 위해선 제조 단계 선·후 과정에서의 사업서비스업 분야의 발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한국, 제조업·서비스사업 연관도 낮아
이건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중국의 서비스화 진전과 산업간 연관관계 변화’ 보고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가별 산업연관표를 사용해 전체 산업·제조업·서비스업에 걸쳐 중간재 투입계수(제조업 생산액에서 서비스 중간투입액이 차지하는 비율)를 분석했다. 그 결과 2015년 제조업에 대한 서비스업의 중간재 투입계수는 한국(0.132)이 일본(0.180)은 물론 중국(0.134)보다 낮았다. 생산과정에서 제조업과 서비스산업이 기술적으로 연관된 정도가 세 나라 가운데 한국이 가장 낮다는 뜻이다.
중국 경제는 서비스산업이 제조업에서 중간재 역할을 하는 비율이 2005년 이후 빠르게 늘고 있다. 중국의 제조업에 대한 서비스투입계수는 2005년 0.108에서 2010년 0.110, 2015년 0.134로 추세적으로 높아졌다. 특히 사업서비스(2005년 0.012→2015년 0.021), 금융·보험(2005년 0.007→2015년 0.019), 도소매(0.049→0.053)처럼 제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서비스 업종에서 이 투입계수의 상승이 두드러진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투입계수가 중국보다 낮다는 건) 한국 서비스산업이 그동안 주로 소득수준 향상에 따른 서비스 최종소비 증가에 견인돼 발전했고, 제조업 생산활동과 연계된 영역은 발전이 매우 미약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유통·물류, 금융·법률·회계, 경영컨설팅 분야에서 전문화·표준화·대형화를 통한 품질 향상과 공급능력 확충이 지체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업서비스업은 제품의 기획·생산·판매 과정에 걸쳐 기업경영 프로세스의 일부를 외부에서 공급받는 서비스로, 생산과정의 중간재로 이용돼 제조업 등 다른 산업의 부가가치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구실을 한다. 정보처리, 연구·개발, 법무·회계, 시장조사·경영컨설팅, 엔지니어링, 광고·디자인, 마케팅 등이 여기에 속한다.
■ ‘살짝 웃는’ 형태의 스마일커브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사업서비스 관련 연구에서도 이런 사실이 확인된다. ‘사업서비스의 글로벌화 전략과 규제장애의 실태’란 제목의 보고서를 보면, 주요국마다 사업서비스업이 자국 경제 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영국·네덜란드·독일·미국의 경우 전산업 대비 사업서비스업 부가가치 비중은 1980년 5~6%대에서 2007년에 11~14%대까지 증가했다. 2007년 당시 한국은 5.0%로, 일본(7.8%)보다 뒤처졌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전산업 대비 사업서비스 부가가치 비중은 9.1%로, 주요국의 2007년 수준에도 여전히 못 미친다. 나아가 지난해 사업서비스업의 설비투자(실질 기준)는 4조9550억원으로 한 해 전보다 14.3%나 줄었다. 전체 서비스산업 설비투자액은 연간 2.0% 성장했으나 사업서비스 업종은 많이 감소한 것이다. 지난 5년간 사업서비스의 분기별 부가가치액 증가율은 2015년 3분기(5.3%·전년 동기 대비) 이후 계속 약화해 0.6~4.4%(2015년 4분기~2019년 4분기) 수준에 머물고 있다.
상품 제조에서 사업서비스업의 중요도를 보여주는 그래프가 이른바 ‘스마일 커브’(smile curve)다. 한국은 중간 투입재 역할을 하는 사업서비스가 주요국에 견줘 상대적으로 취약해 제조 과정 전·후의 스마일 커브도 역동적으로 활짝 웃는 모양보다는 살짝 웃는 정도에 그친다. 제조업이 여전히 자본·노동·토지(공장) 등 요소투입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이미 10여년 전 펴낸 보고서에서 “사업서비스업의 인프라 구축이 뒤처지면 성장 잠재력이 위축돼 지식·정보경제 시대에 밀려날 우려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스마일커브(smile curve): 제품의 기획-제조-판매·애프터서비스(A/S)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 크기를 과정별로 그린 곡선이다. 과거에는 중간단계인 제조 단계에서 높은 부가가치가 만들어졌지만 오늘날엔 제조 전 단계(연구개발, 제품 기획, 디자인 등)와 제조 후 단계(판매·마케팅 등)에서 더 큰 부가가치가 만들어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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