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장거리 노선을 운행하면서 안전 운항을 위해 둔 조종사 승무시간 제한 법령을 위반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감독기관인 국토교통부는 사실 관계 파악에 나섰다.
1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한민국 조종사 노동조합연맹’(조종사 연맹)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6월 한 달 간 인천~앵커리지(미국) 노선 화물기 운항 50편 중 9건이 법적 승무시간을 초과했다. 초과 시간은 짧게는 7분, 길게는 35분이다. 항공안전법과 하위 법령은 승무원의 피로 관리를 위해 ‘최대허용 승무시간’을 두고 있다. 승무원 피로 누적이 안전 운항에 영향을 미친다고 봐서이다. 최대 조종사의 승무시간은 2명이 탈 경우 8시간, 3명이 탑승하면 13시간이다. 해당 규정을 위반할 경우 운항증명이 취소되거나 운항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기상, 정비, 항공교통 지연과 같은 ‘예측불가 운항상황’일 경우 승무시간 2시간 연장이 가능하다. 지난 6월 인천~앵커리지 노선의 승무시간 초과 운항은 예측불가 운항상황에 해당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조종사연맹 쪽은 “해당 구간은 비행시간만 7시간30분 이상이 나오는 경우가 잦다. 활주로 이동 시간 등이 최소 30분은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조종사를 2명에서 한 명 더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후 조건 등이 확인된 후 당일 작성되는 비행계획서상 승무시간이 8시간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을 때는 조종사를 추가 투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대한항공 쪽은 “당일 추가 인원을 투입하는 것이 안전운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지연 운항이 불가피해 승객 불편을 초래한다”고 반박했다. 당일 조종사 추가 투입이 외려 안전운항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승무시간을 둘러싼 회사와 조종사 간 충돌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12일에도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은 인천~앵커리지 노선 당일 승무시간이 8시간을 초과할 것으로 판단하고, 3명 근무를 요청했지만 도리어 기존에 배정된 기장과 부기장이 비행에서 배제됐다. 그 대신 다른 조종사들이 투입됐고 이날도 6분 초과됐다. 배제된 조종사들은 경위서 제출을 요구받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한항공에 감독관을 보내 현재 초과근무 여부를 조사중”이라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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