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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농산물 찍는 사진관·배달 나선 고깃집…벼랑끝 생존 컨설팅

등록 2020-10-27 04:59수정 2020-10-27 08:20

3월 경북 영양에 문 연 사진관
“관광객 대신 고추·산나물 찍어라”
지자체 컨설팅 받아 위기 극복
입소문 나자 다른 시군서도 의뢰

손님 뚝 끊긴 서울 신당동 고깃집
“1인가구 밀집 상권이니 배달하라”
앱 활용법 등 전수받고 “매출 감격”

코로나 속 컨설팅 중요성 커져
“현장·정책 경험 풍부한 사람이
노하우 전수토록…체계 구축을”
지난 16일 점심 서울 중구 신당동 식당 ‘돈주’에서 임민섭 사장(오른쪽)이 배달될 음식을 포장하고 있다. 배달을 시작한 뒤 작은 메뉴판을 만들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 16일 점심 서울 중구 신당동 식당 ‘돈주’에서 임민섭 사장(오른쪽)이 배달될 음식을 포장하고 있다. 배달을 시작한 뒤 작은 메뉴판을 만들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허진희(30)씨는 지난 3월 경상북도 영양군에 사진 스튜디오 ‘단듸’를 열었다. 당시는 대구·경북 지역 코로나19 집단감염 확산 탓에 주민들조차 이동을 꺼릴 때였다. 최악의 창업 시점이었던 셈이다. 최근 수년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여행지 ‘인생샷’을 올리는 사람들이 느는 것을 보고 “영양에 오는 모든 관광객의 스냅사진을 찍으리라”던 사업 구상은 시작부터 차질을 빚게 됐다.

■ 최악의 창업 시점…해법을 찾다

허씨는 지역 사정에 어두웠다. 그는 휴가차 놀러 간 영양에 반해 서울 직장을 그만두고 지난해 11월에야 이곳에 왔다. 창업 초기 코로나 위기까지 덮쳐 막막할 때, 숨통을 틔워준 건 경상북도경제진흥원에서 받은 ‘귀촌 청년 지원 컨설팅’이었다. 진흥원은 1만6천명 군민 대부분이 고추농사 등 농업에 종사한다는 점, 오프라인 지역 축제 개최 무산이 외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농민들의 온라인 직거래에 주목하라고 했다. 온라인 직거래를 위해선 ‘때깔 좋은’ 사진이 중요하다. 허씨는 군청 의뢰로 고추와 산나물을 마음껏 찍었다. 온라인 고추·산나물축제에서 ‘단듸’의 사진은 ‘랜선 소비자’ 사이에 금세 입소문을 탔다.

허씨는 지난 1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온라인 축제에서도 매출이 나오자, 지역 기관과 영양 주민들 사이에서 단듸 인지도가 훌쩍 뛰어올랐다. 촬영 문의가 쏟아졌다”고 말했다. 지역 기관 대상(B2G) 시장은 애초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촬영을 의뢰한 영양축제관광재단 이제희 국장은 이렇게 말했다. “서울 촬영팀을 부르면 교통·숙박비 등 예산이 많이 든다. 단듸가 매일 조금씩 작업을 해줘서 큰 도움을 받았다”며 “경북에서 온라인 판매를 시도한 첫 사례였던 터라 경북 내 다른 시군도 (단듸에) 많이 의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명사진도 찍어보라”는 진흥원의 조언 역시 주효했다. 허씨는 학생들이 얼굴 보정 증명사진을 찍으려 안동이나 대구까지 간다는 사실을 몰랐다. 기존 사진관들이 얼굴 보정 증명사진을 찍고 있는 줄 알았다. “수도권에선 증명사진 보정은 당연해서 (영양에) 이런 수요가 있을지 몰랐죠.” 증명사진은 지역 주민 대상 매출 중 약 80%나 된다.

경북 영양군의 ‘단듸’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영양 고추. 단듸 제공
경북 영양군의 ‘단듸’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영양 고추. 단듸 제공

■ 길잡이 컨설팅…연대소비의 한 축

2018년 서울 중구 신당동에 개업한 고깃집 ‘돈주’를 운영하는 임민섭(53)·이수연(50) 부부도 컨설팅이 코로나 위기를 이겨낸 밑돌이 됐다고 생각한다. 2월만 해도 식당이 자리를 잡았다고 믿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는 이런 믿음을 송두리째 무너뜨렸다. 새벽에 나와 가게를 쓸고 닦아도 손님 한명 없는 날이 늘어갔다.

초여름 어느 날, 부부는 단체 손님 발길보다도 더 귀한 순간을 경험했다. 식당 부근 외식업중앙회 직원이 “이것 신청해보라”며 케이비(KB)국민은행의 소상공인 무료 컨설팅 안내문을 건넸다. 지난 16일 식당에서 만난 이씨는 “앞으로 어떻게 장사를 해야 할지 누구라도 붙잡고 물어보고 싶던 때였다. 컨설팅업체 여러 곳을 알아봤지만 너무 비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무료 컨설팅’이란 말에 귀가 번쩍 뜨여 그 자리에서 신청서를 썼단다.

“문제는 음식이 아니에요. 배달을 하세요.” 곰탕 양념 만드는 법을 기대한 부부에게 돌아온 컨설턴트 차민욱 셰프의 조언이었다. 지난 7월 식당을 찾아온 차 셰프는 반경 5㎞ 이내 주요 건물들을 확인하고, 직접 걸어보며 주변 상권을 살폈다. 그는 이내 오피스텔 밀집 상권이라 1인가구를 위한 배달이 승부처라 판단했다. 배달 앱 활용 노하우도 임씨 부부에게 전수했다. 차 셰프는 <한겨레>에 “상권 분석은 건너뛰고 임대료만 보고 식당을 열거나, 음식 맛만 좋으면 손님이 찾아올 것으로 믿는 사장님들이 정말 많다”고 말했다.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한우 곰탕을 각각 8천원으로 정하고 약 두달간 준비 과정을 거쳤다. 배달은 10월 둘째 주부터 시작했다. 1인가구의 점심용 배달 주문이 빗발쳤다. 차 셰프의 예상이 적중했던 것이다. 시작 첫주 배달 매출로만 200만원이 나왔다. 부부도, 차 셰프도 감격했다. 길잡이 컨설팅이 연대소비라는 생태계의 당당한 한 축을 꿰찰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스비에스> 프로그램)을 보면서 전문가한테 하나하나 조언받을 수 있는 출연자들이 ‘로또 맞았다’고만 생각했어요. 식당이 잘되면 저도 나중에 다른 자영업자들을 도와주고 싶습니다.” 이씨의 말이다.

■ 컨설팅 수요는 충분…문제는 질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소상공인 컨설팅의 중요성은 정책 당국도, 소상공인들도 깨닫고 있었다. 지난해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보면, 1년 이내 사업을 시작한 자영업자가 꼽은 ‘사업을 시작할 때 애로사항’은 ‘사업자금 조달’(33.5%)에 이어 ‘사업정보 경영 노하우 습득’(24.3%)으로 나타났다. 사업정보 경영 노하우 습득을 핵심 애로 사항으로 꼽는 비율은 첫 조사가 진행된 2015년 21.3% 이후 높아지는 추세다.

이런 흐름을 반영해 정부나 공공기관, 민간기업의 소상공인 컨설팅은 양적으로 늘고 있는 터라, 이젠 내실화에 주목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업장마다 고민과 해결점이 제각각이어서 지원 실적보다 꾸준히 소통하고 실질적 도움을 주는 컨설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남윤형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컨설턴트 역량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특히 현장 또는 정책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 컨설팅 시장에 진입하도록 적절한 보상 체계도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자영업자 지원금만 풀면 반쪽효과…컨설팅과 연계 필요

소상공인 지원은 크게 양적 지원과 질적 지원으로 나뉜다. 대출 등 자금 지원이 대표적인 양적 지원책이라면, 컨설팅과 교육은 질적 지원책에 해당한다. 두가지 지원책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지 않으면 지원받은 소상공인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그동안 정부 지원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겉돈다는 평가를 받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2018년 12월 비스타컨설팅연구소가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에 제출한 용역 보고서 ‘소상공인 지원정책 진단 및 정책방향 수립연구’는 자금 지원 후 사후 관리에 중점을 둔 프랑스의 자영업 지원 대책을 소개한다. 이를 보면, 프랑스에선 자금 지원 후 컨설턴트가 해당 업체를 찾아가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금 집행 실적을 점검한다. 보고서는 “자금 지원 후 관리가 없는 현재 국내 상황에서 벗어나, 지원금을 합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짚는다.

물론 국내에서도 자금 지원과 컨설팅을 묶어 제공하는 서비스가 있긴 하다. 한 예로 2018년께 금융감독원은 은행 컨설팅을 받는 소상공인에게 대출 금리를 0.1~0.2%포인트 낮춰주는 걸 뼈대로 한 ‘자영업자 경영컨설팅 연계 지원체계’를 구축한 바 있다.

그러나 소상공인 정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벤처기업부는 자금 지원과 컨설팅 간의 연계에 적극 뛰어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은주 중기부 소상공인경영지원과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두 지원 사업의 신청 조건이 다른데다, 패키지로 지원해 불필요한 지원책을 받는 것보다 본인이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은경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 창업성장실장은 “신규 창업자가 교육을 이수하면 정책자금을 신청할 때 자격을 부여하는 경우는 있지만, 컨설팅 수행과 자금 지원을 연계하는 프로그램은 현재 없다”며 “추후 두 지원을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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