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택배 사업자 자격을 반납했던 쿠팡 쪽이 택배사업 자격을 재취득하겠다고 나섰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풀필먼트(창고 재고관리, 배송 등 물류 전 과정을 물류업체가 일괄 대행하는 것) 서비스 등 3자 물류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택배 운송 자격을 다시 획득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28일 쿠팡과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쿠팡의 물류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는 최근 국토교통부에 택배 사업을 할 수 있는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자 지정 신청서를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택배 운송사업자로 지정되면 택배전용 번호판(노란색 ‘배’ 번호판)을 발급받고 자기 물량 이외의 다른 업체의 화물을 운송하는 ‘3자 물류’를 할 수 있다. 앞서 쿠팡로지스틱스는 지난해 9월 쿠팡 ‘로켓배송’에 집중하겠다며 택배 사업 자격을 자진 반납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택배사업자 자격을 재취득해 본격적으로 3자 물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전자상거래에서는 자체 물류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전자상거래 업체가 택배사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통해 배송 속도를 높이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택배사는 계약한 업체의 재고를 자사 창고에 보관하는 터라, 주문이 들어오면 택배사가 바로 창고에서 물건을 포장해 배송할 수 있어 배송시간이 단축된다. 최근 네이버도 씨제이(CJ)대한통운과 풀필먼트 쪽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바 있다.
앞서 쿠팡은 지난 7월 자사 플랫폼 입점 판매자에 대해서도 풀필먼트 서비스인 ‘로켓제휴’를 제공하겠다고 밝히는 등 3자 물류에 시동을 걸었다. 당시 쿠팡은 “쿠팡의 알고리즘이 필요한 재고를 예측해 판매자에게 데이터를 제공하면 판매자가 쿠팡의 로켓 물류센터에 상품을 입고시키고 쿠팡이 매입하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이후 쿠팡은 상품보관부터 로켓배송, 강력한 시에스(CS·고객 서비스) 응대까지 쿠팡 로켓만의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향후 쿠팡이 택배 사업 자격을 얻게 되면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전자상거래 업체 관계자는 “씨제이대한통운 뿐 아니라 향후 다른 택배사도 풀필먼트 서비스에 뛰어들게 되면 쿠팡이 (풀필먼트를 위해) 물류에 투입해왔던 자금이나 인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쿠팡이 본격적인 3자 물류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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