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엠엠(HMM·옛 현대상선)의 상트페테르부르크호. HMM 제공
오는 31일 부산항에서 에이치엠엠(HMM·옛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2척이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향한다. 예정에 없던 출항이다. 국내 수출기업들의 배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되면서다. 각각 5천TEU(가로 약 6m 컨테이너를 5천개 실을 수 있는 규모), 4572TEU급으로 정부 주재로 선·화주 간담회까지 열어 결정하게 된 사안이다. 지난 8월과 9월에도 에이치엠엠은 북미 항로에 컨테이너선을 한척씩 긴급 투입한 바 있다. 에이치엠엠 관계자는 29일 <한겨레>에 “미국에서 수요가 큰 소형 가전과 디아이와이(DIY) 제품 비중이 높다”고 전했다.
에이치엠엠은 요즘 ‘코로나 특수’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코로나19 초기부터 글로벌 국적선사들이 선박 공급을 줄인 데다 상반기엔 지난해보다 줄었던 물동량이 하반기에 쏟아지면서 운임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어서다. 컨테이너선 운임의 척도가 되는 중국상하이컨테이너선운임지수(SCFI)는 지난 23일 1459.03을 기록해, 2012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마침 에이치엠엠은 지난 5월 이후 2만4천TEU급 초대형선 12척을 띄우면서 ‘규모의 경제’까지 실현했고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에도 합류했다.
최근 3개월 HMM의 주가 추이. 네이버 금융 갈무리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에이치엠엠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8340억원, 영업이익 3553억원을 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5년 만에 흑자전환한 지난 2분기 영업이익(1387억원)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는 추정치다. 실적 발표는 11월 둘째주에 이뤄질 예정이다. 이런 실적 기대감에 주가도 연일 고공행진이다. 29일 에이치엠엠은 주당 949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올해 3월 주가 저점(2120원)에 견줘 347% 상승한 수준이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에이치엠엠과 관련해 “보유 중인 2만TEU급 이상 선박이 협의체 내 유럽노선 운영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중심역할로 부상하며 컨테이너 해운 시장의 운임 상승 수혜를 가장 중점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기업”이라고 짚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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