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의 균등감자 결정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통상 대주주의 경영책임을 묻는다는 취지로 ‘대주주 차등감자’를 시행하는 것이 구조조정의 원칙인데, 아시아나항공은 3일 전체 주주가 책임을 나눠갖는 균등감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해서다. 이는 사실상 채권단인 산업은행의 결정인데, 대주주의 동반부실 염려로 인한 채권회수 문제 등을 고려한 측면이 크다. 2대주주인 금호석유화학뿐 아니라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불러와, 향후 열릴 주주총회에서 안건 통과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4일 업계와 채권단 설명을 종합하면, 채권단은 긴 내부 토론 끝에 3일 3대1 비율로 아시아나항공의 무상균등감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기존 주식 3주를 1주로 합치는 감자에 나선 이유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자본잠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지난 2분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자본잠식률은 56.3%로, 연말까지 50%를 넘기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신용등급이 하락할 우려가 있다.
감자란 말 그대로 자본금을 줄이는 것인데, 회계상 ‘감자 차익’으로 결손금을 털어내 자본잠식에 벗어나기 위해 이용된다. 관건은 ‘감자 방식’이다. 균등감자 결정으로 아시아나항공의 대주주인 금호산업(30.77%)이든 소액주주든 같은 책임을 지는 꼴이 돼서다. 채권단 관계자는 “2019년 4월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 이후 아시아나항공 경영에서 손을 뗐고, 보유 지분도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했기 때문에 대주주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과거 다른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차등감자 비율처럼 10대1, 100대1 등의 과도한 비율로 감자하지 않은 것이 소액주주를 고려한 처사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산은 입장에서는 지난 9월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렬 이후 금호고속에도 1200억원을 투입한만큼 차등감자로 금호산업과 금호고속의 부채비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고려 요인이었다. 두 회사가 동반부실에 빠져 채권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아울러 채권단이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지분도 모두 담보로 갖고 있어, 차등감자를 단행하면 담보가치도 낮아져 충당부채도 추가로 쌓아야 한다.
2대 주주인 금호석유화학(11.02%)과 소액주주들의 반발은 거세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주주총회 이전에 채권단이 균등감자를 철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법률적으로도 검토하고 있다”며 “채권단이 손실을 볼 수 없다는 명분이라면, 그렇게 어려운 기업에 왜 여신을 이정도로 제공했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대주주와 기타 주주간의 감자 비율을 달리해서라도 차등감자를 할 수도 있지 않았겠느냐는 불만이 나온다.
감자 관련 주주총회는 다음달 14일에 열리고, 감자 기준일은 28일로 예정돼 있다. 지분으로만 따지면 소액주주(58.2%)와 금호석화의 지분이 과반을 넘기지만, 이들 역시 아시아나항공의 관리종목 지정 및 상장폐지를 막아야 하기에 안건이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 이날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전날보다 13.18% 떨어진 313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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